2006/06 15

자기 전, 짧은 다짐

황군 부부와 H양이 다녀갔다. 멀리서 오는 그들을 위해 실로 오랫만에 가히 "요리"라 불릴 만한 먹을 거리를 만들고 흡족해하는 나를 위해, 맛있게 먹어주고 신나게 수다를 떨고 축구경기를 시청하고 돌아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건네는 그네들의 눈빛이 왠지 쟌한 거 같아 문을 열고 들어와 거울을 보니, 푸석해진 얼굴에 부은 눈두덩이가 보기에 좀 그래서 미안해진다. 황군은 내가 요즈음 사람들을 잘 안만나려 하고 폐쇄적이 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했다. 의외의 말에, 정말 내가 그렇게 보여? 라고 반문하던 나. 여행은, 아주 잘 맞는 동행인이 아니라면 혼자인 게 훨 낫겠다는 내 말이 단호하게 들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싶다가, 정말 내가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H양이 일부러 놓고 갔다는 책 제목..

lounge 2006.06.11

약속, 반지, 드림캐처

박영택, 중에서 출처 http://www.daljin.com **** 일이 손에 안잡혀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http://www.daljin.com/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던 평론가 박영택씨의 글이다. 그는 글을 참 많이 쓰는데 어느 것이나 글이 그-내가 기억하는-를 꼭 닮아 있다. 오래 전 갓 결혼한 후배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생각난다.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가운데 박혀있던 하얗게 빛나는 백금반지를 보고 나는 놀렸었다. 이게 비싼 거라 아까워서 헤어지지도 못하겠는걸. 그럴려고 이런 거 하는 거지? (뭐.. 그 땐 물론 농담이었다. 반지가 정말 예뻤으므로 좀 부러웠을지도 모르겠다. ^^) 티비에서 어느 예비신랑 신부가 스위스 명품샵에서 예물시계를 고르는 걸 보여준 적이 있다. 모 ..

lounge 2006.06.10

어떤....선물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엄살이 심하시군요. 처음에 저는 저 자신을 많이 질책했습니다. 엄살이 심한 것이 아닐까 하고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했지요. 그러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추위에 강한 나무가 있고 더위에 강한 나무가 있듯이, 물이 많아야 하는 나무가 있고 물이 적어야 하는 나무가 있듯이 우리는 모두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고 나자 저는 저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뉴월 실크보다 보드라운 미풍이 어떻게 신열에 들뜬 인간의 육체를 갈퀴보다 아프게 할퀴고 갈 수 있는지 모릅니다. 하물며 신열을 유전자 속에 새겨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튼튼하고 상식적이어서 잔인해지는 존재들이 두렵습니다....." - 공지영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

lounge 2006.06.07

LA에서 만난 오랜 인연

여러 해 만에 만난 오랜 인연 Lovephoto 앳된 청년의 태를 벗고,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의 사진기자증을 목에 걸고 늠름한 모습으로 LA에 나타난 그가, 두 팔을 벌려 미국식 큰 포옹으로 반겨주다. 누나도 이제 나이가 드는가보다, 라는 첫 마디에, 그가 리얼리즘적 가치를 추구하는 포토 저널리스트임을 실감. 사진은 너무나 한국적인 LA "난다랑"에서 대낮에 통닭과 생맥주를 시켜놓고 흐믓해하는 Lovephoto, 그가 그리워 마지 않는 Fineapple에게 보내는 인사.

lounge 2006.06.05

무사 귀환 하였습니다.

구름 위를 날아 태평양 저쪽에 잠시 머물다 돌아왔습니다. 다른 빛깔의 태양빛, 하늘, 땅들, 많이는 아니지만 각양각색의 삶들을 흘낏 돌아보니 조금은 차분해진 시선으로 내 삶의 자리를 보게 된 듯도 합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돌아오기 위한 것, 이라고 했던가요. 잠시 옮겨봤던 네이버에서도 원상복귀 하기로 했습니다. 영 길가에 나앉은 것 같은 느낌이... 아무래도 천성적으로 광장형 인간은 못되나 봅니다. 제로보드 새 버전이 발표된다 하더군요. 제로보드는 무한공유의 웹정신에 투철한 무료게시판입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게시판이 바로 그것인데, 새로운 추세에 맞게 트랙백과 자유링크 기능을 포함하여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홈페이지 단장은 제로보드의 새 버전을 기반으로 이 곳에..

lounge 200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