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 15

윤성학 "뼈아픈 직립", 등하교길, 깨달음 하나

윤성학 - 뼈아픈 직립 허리뼈 하나가 하중을 비켜섰다 계단을 뛰어내려가다가 후두둑 직립이 무너져내렸다 뼈를 맞췄다 삶의 벽돌이야 한장쯤 어긋나더라도 금세 다시 끼워넣을 수 있는 것이구나 유충처럼 꿈틀대며 갔던 길을 바로 서서 걸어 돌아왔다 온몸이 다 잠들지 못하고 밤을 새워 아프다 생뼈를 억지로 끼워넣었으니 한조각 뼈를 위하여 이백여섯 삶의 뼈마디마디가 기어코 몸살을 앓아야 했다 * 늘 내 건강을 염려해주는 고마운 친구의 강권으로 요르단 국왕 주치의, 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신 Verves Specilist에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일종의 마사지 요법인데, 나이 지긋하신 이 분의 섬세한 손끝에서, 나의 부실해진 몸 마디마디 가 서서히 치유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먼 길을 매일 오간다. 덕분에 한동안 가까..

lounge 2006.06.25

추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1할 2푼 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그래서, 친구들에게 이렇게 시작되는 박민규의 소설, 은 정말 정말, 정말 재밌다.(소설을 잡고 있는 동안 우울도 뭐도 달아날 만큼) 사실 서울 변두리에 살았던 내 어린시절엔, 어린이 야구단 같은 건 아주 아주 부잣집 애들에게나 접할 수 있는 문화였다. 걸스카웃이나 보이스카웃처럼. 그래서 이 책을 강권한 친구에게 여러 번 물었다. 이게 다 진짜야? 하고. 놀랍게도 이 신화 혹은 동화 같은 얘기가 전부 실화란다. 우리 프로야구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이 소설의 미덕은 무엇보다 끔찍이도 재밌게 읽히는 문체. 오랫동안 이렇게 발랄하고 재기 넘치고 기분 좋게 읽히는 소설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친구가 감탄한 대로, 딱 우리 세대의 기억과 감성을 유년부터 그리도..

lounge 2006.06.23

해피드럭

내게 필요한 것이 단지 이것 뿐인양, 오로지 건강에 대한 갈망만을 키우며 한달 넘게 고생시키던 육체의 고통이 어느 정도 지나가자, 정신적 공황이 찾아봤다. 손예진의 독백처럼, 나도... 삶이 참 지루하고 우울하다. 아무리 이것 저것 눈을 돌려 모른척 해보려 해도... 너무나 당연한 듯 버티고 있는 이 우울. 어제 낮에 방안에서 딱정벌레를 발견했다. 공원에서 날라왔는지, 어찌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왔는지 알 수 없는 이 미물을 보곤 인도여행을 갖다 왔다는 어느 저자의 처신이 생각나 나도 모른체 해주기로 하였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보니, 세상에, 날개를 확 벌린 채로 굳어져 있는데, 그게 어찌나 슬프던지... 어쩌질 못하고 아직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해피드럭이 필요하다.

lounge 2006.06.21

설기현이 좋더라

△ 설기현 선수는 성실한 플레이로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했다. 설기현 선수가 이탈리아와 격돌한 2002년 월드컵 8강전에서 극적이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봉규 기자) 설기현이여, 어게인 2002! 성실하게 제힘으로 세상을 헤쳐온 탄광의 소년에겐 감동이 있다…벨기에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경력 쌓은 우직함이 골 터뜨리리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충격이었다. 모두는 아니어도 한둘은 내 생각에 맞장구쳐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천만의 기대, 만만의 콩떡이었다. 내 취향을 번갈아 가면서 무시하더니, 마침내 최악의 대답이 돌아왔다. “차라리 차두리가 낫겠다.” 허걱, 더 이상의 항변은 불가능했다. 무슨 죽을 죄를 졌느냐면, “한국팀 중에..

lounge 2006.06.20

축구경기후.

어젯밤 친구와의 통화 나: 우울해서 미치겠어 친구S: 왜, 우리가 축구 질까봐? 온통 축구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이 친구의 꼬드김으로, 결국 야심한 밤에 전철을 타고나가 심야영화를 보고 광화문, 시청으로 응원을 나가게 됐습니다. 햇반을 살 때 사은품으로 끼워준 두건과 감기재발을 우려해 준비한 긴팔옷을 들고. 나의 우울함에 대해 축구응원전을 처방해준 친구는 문화연구를 하는. 그 현장에 있는 것이 직업상 필요한 사람이었던 거지요. 동대문에서 엑스맨을 보고 새로워진 청계천을 처음으로 걸었습니다. 별로 내키지가 않아 여태 가보지 않았었는데, 매스컴에서 보여준 요란함과는 달리 뭐 그닥 대단치 않아보였고, 이미 많이 방치된 모습이더군요. "청계천 복원"이란 이름으로 덕을 많이 본 이가 이미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

lounge 2006.06.19

축구는 축구일 뿐, 고래가 그랬어

축구는 축구일뿐 출처 : 김규항 블로그 http://www.gyuhang.net/ (조중사가 고래에 쓴 글. 실은 내가 초고를 썼다가 핀잔 먹고 조중사가 거의 새로 쓴 것.)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월드컵은 축구 딱 한 종목만 하는 행사지만 올림픽보다 더 인기 있는 스포츠 행사다. 4년에 한 번 월드컵에 열리면 온 세상이 들썩거린다. 우리나라는 지난번 월드컵에서 예상을 깨고 4강까지 올랐기 때문에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경기가 열리는 날, 거리는 온통 붉은 색 셔츠로 차고 넘친다. 수백만 명이 길거리에서 응원하다가 한국이 이기면 사람들은 밤을 새우며 “대~한민국!”을 외친다. 요즘 세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은 대개 운동선수다. 야구 좋아하는 미국 사람은 거의 다 박찬호를 안다. 영국..

lounge 2006.06.18

쿠바자, 박찬호..

훌륭한 그림 작품을 보면, 우리는 화가의 인생을 생각한다. 그래서 렘브란트나 고흐의 작품은 더욱 깊숙이 마음을 움직인다. 스포츠는 어떨까. 모르긴 해도 멋진 스포츠 경기도 선수들과 감독 등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일 수는 없을 것이다. 토고전에서 선취골을 넣었던 카데르 쿠바자 선수의 뒷모습을 본다. 2:1로 역전당한 경기가 그대로 종료되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는 쿠바자. 그의 손을 잡고 위로를 건내는 우리의 이영표선수. 운동장이 온통 뻘겋던 건, 불법체류를 우려한 독일측의 비자발급거부로 응원단이 입국거부를 당한 탓이라 했다. 그곳에서 남의 나라 국가만 두 번을 들으며 경기했던 그들의 패배..( 우리의 승리가 기쁘고 다행한 일이긴 해도) 좀 쓸쓸한 풍경이 아닐 수 ..

lounge 2006.06.17

연애시대 보다가...

이제서야 다운받은 연애시대를 훌적이며 보다보니... 이런, 날이 하얗게 밝아버렸다. 그런데 강추하신 분들, 이렇게 슬프단 말을 왜 아무도 안한 건지.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해서 주인공처럼 오른 손을 가슴에 대고 진정시키며 봐야했다. 독한 감기약을 먹고도 밤을 꼬박 새다니. 아 머리 아퍼... * 자고나서 덧붙임 : 참 재밌다. 인간의 감정의 선이 실핏줄처럼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인지, 고작 이혼한 남녀의 재결합 이야기를, 복잡한 과거사 가족사 같은 거 끌어들이지 않고도- 이렇게 풍부하게 펼쳐 놓을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것도 정말 진짜처럼.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맘에 들었다. 서로 이해받고 사랑받으려 징징대지 않고(굿바이솔로에 비해) 그저 남과 자신에게 솔직하려 하면서(이걸 메시지로 전하는 은호..

lounge 2006.06.16

책을 읽다.

생각해보니 이사를 할 때 많은 책을 버리고 나서부터 책을 거의 사지 않았다. 포장이사를 해준 아저씨로부터 무지하게 잔소리를 들어야했던 책의 무게 역시 버려야할 욕심처럼 생각되기도 하였다. 또 생각해보니 가만 진득하게 앉아 책을 읽었던 일도 너무너무 오래 되었다. 그래서 삶이 심플해졌나 하면 ... 오 노다. 그 자리엔 바람직하지 않은 구차한 번민들이 들어서더라. 그래서, 다시 책을 잡아보기로 했다. 사실 며칠 전 어디선가 매력적인 철학박사 강유원씨가 웹기획자라는 걸 읽었다. 웹기획이라면 동종업계인 터 반갑고 신기했다. 이 사람의 말이다. "속 편하게 학문과는 무관한 직업을 가지는 것이 학문적 독립성을 지키는 데에는 가장 좋을 것이다. 게다가 직업을 가지면 구체적인 현실 속에 정신이 자리 잡을 수 있고 지..

lounge 2006.06.12

매트로놈

어제 아침에 일어나 컴터를 켜고 밥을 먹고 한약을 먹고 미국에서 산 잠오는 타이레놀 2알을 먹고 대책없이 졸려서 소파에 누운 기억이 있는데... 깨고 보니 날이 훤한 월요일이다. 미국의 타이레놀은 좀 세다 하더니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아무리 수많은 날들을 탕진하며 살았다한들 잃어버린 하루가 아쉽지 않을리 없다. 대체 내 생체시계는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메트로놈이 필요하다. 엉망이 된 생활의 박자를 조율해줄...

lounge 200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