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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반지, 드림캐처

kalos250 2006. 6. 10. 13:45


박영택, <황혜선-사물에 투영된 마음의 고요> 중에서
출처 http://www.dalj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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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손에 안잡혀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http://www.daljin.com/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던 평론가 박영택씨의 글이다. 그는 글을 참 많이 쓰는데 어느 것이나 글이 그-내가 기억하는-를 꼭 닮아 있다.

오래 전 갓 결혼한 후배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생각난다.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가운데 박혀있던 하얗게 빛나는 백금반지를 보고 나는 놀렸었다. 이게 비싼 거라 아까워서 헤어지지도 못하겠는걸. 그럴려고 이런 거 하는 거지? (뭐.. 그 땐 물론 농담이었다.  반지가 정말 예뻤으므로 좀 부러웠을지도 모르겠다. ^^)  

티비에서 어느 예비신랑 신부가 스위스 명품샵에서 예물시계를 고르는 걸 보여준 적이 있다. 모 별달라 보이지도 않는 시계가 가격이 수천만원대였는데, 그 시계가 둘의 사랑을 상징한다던가 지켜준다던가 그랬다.
그 시계는 누가 채워주지 않으면 채울 수도 없고 풀 수도 없게 되어 있다고 했다. 뭐 생각이야 기발하지만..  얼마 안가 곧 불편하고 짜증스러워질 텐데, 싶었다. 그 값비싼 시계의 존재는 둘의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불안의 크기로 보이기도 했다.  사랑의 불완전함을 아는 데서 연유한, 그 교환가치에 기대려는.

"쉽게 들 수도 손가락에 낄 수도 없게" 된 약속이라는 제목의 대형반지는 좀 슬퍼 보인다. 무거워진 약속, 맹세, 믿음의 무게로 본래적 역할조차 버거워진..
일전에 소개했던 송영규 작가의 <믿지 않기로 약속해> 라는 작품이 생각나기도 한다. 글쎄. 어느 쪽의 약속이, 믿음이, 맹세가 더 진실하거나 견고하거나 힘있는 것일까.

그랜드 캐년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인디언 부락에서 반지와 목걸이를 기념품으로 장만했다.
인디언의 전통적인 주술적 문양인 "드림캐처"를 형상화한 이것들은,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나의 꿈에 기대어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가볍고 예쁘다.

김광민, Love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