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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철새들은 강이나 산맥 같은 거대한 이정표, 태양과 별의 위치, 기압의 변화, 바람의 방향과 냄새, 심지어는 바다의 물결이 내는 주파수 소리 등을 따라 방향을 잡는데... 인간의 몸 안에도 그런 낭만적인 나침반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교활한 갈림길이나 절망의 늪 따위에서 깜깜히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진정 가고픈 나라로 훌쩍, 몽땅 날아오를 수 있을 텐데... 이응준 소설, 中 * 이사하느라 끄집어냈던 낡은 다이어리에서 발견한 메모. 낭만적이진 않지만, 인간의 몸 안에도 불완전하나마 저마다 세상을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나침반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나침반의 존재나 불완전함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자성 자체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서, 그 필사적인 방향잡기도..

lounge 2006.03.22

하이여...하경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지난번 홈피 제작에 대해 비번을 잃어버렸다고 저보고 연락을 부탁한다고 하네요... 알려주면 감사....^^ 011-749-3059 김병렬입니다... 잊은건 아닐런지... 일산으로 가셨다구요... 드뎌 경기도민이 되셨군요....ㅋㅋ 알죠? 촌*이 되신거.... 지난번엔 성실씨가 촌*이 되셨던데.... 암튼 연락 주시구요.... 이 홈피 찾느라 고생한거 대충은 아시겠죠? 참 여전히 건승하고 있는거죠? 홈피가 부럽군요.... 나도 이런거 있음 좋겠다...^^

lounge 2006.03.18

아무 날도 아닌 날

하늘이 어둡다. 간밤에도 어두운 꿈을 꾸었다. 벌써 3일째다. 불행이 깨기 전에 먼저 일어나 아침마다 행복하다던가, 그런 말을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난다. 나의 불행은 너무나 부지런해서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시 잠이 들었다가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우는 형국이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곤 칭얼대다 곯아떨어지는 아이들(아, 어제 경숙이네 아이들도 굉장했다. 역시 엄마들은 위대하다)을 보면, 확실히 해법은 생활의 패턴을 바꾸는 데에 있다.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흐린 날씨와 황사로 인해 어젯밤 이모와 축구하기-실은 공차기-를 고대하며 잠들었다는 조카녀석의 바램이 좌절되었을 뿐. 어쩌면 큰 조카녀석의 옷 사는데 따라가서 옷을 골라주다가 함께 밥을 먹을 것이고, 두 번쯤의 전화를 받고 한 번쯤의 거절을 하고 ..

lounge 2006.03.18

알뜰 살림 장만기

나만의 홈씨어터 시스템을 완성했다. 친구가 버리고간 오디오가 시디피 기능만 고장났었는데, 디비디 플레이어를 5만원에 구입해서 티비, 오디오와 연결했더니 훌륭한 홈씨어터 시스템이 되었다. 오디오 에이에스 비용만 최소 7-8만원이라 했었는데 이걸로 오디오시디는 물론 디비디까지 볼 수 있으니 훌륭한 선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결정적 조언을 해준 라군에게 감사! 프린터를 장만했다. 4만원에. 그동안 잉크를 충전해서 썼는데 카트리지가 거의 수명을 다해가던 차였다. 검정 잉크만 해도 3만 5천원 정도 하는 걸 생각하면 이 역시 훌륭한 선택이다. 쓰던 프린터는 경비 아저씨가 쓸 데가 있다고 좋아라 하며 가져갔다. 고마운 일이다. 프린터 속도가 세 배나 빨라졌다. 체감속도는 열 배는 빨라진 듯. 기분이 좋다. 게다가 ..

lounge 2006.03.16

휴대폰 분실(낼까지 불통이야요), 그리운 시절의 추억

핸드폰 분실 키가 안눌려지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큰 맘먹고 장만했던 핸드폰을 고작 2달인가 쓰고서 분실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항상 대기조가 되어있어야하는 프리랜서에겐 오래 지속시킬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하야 핸드폰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애타게 기도하다가 쓰린 가슴 안고서 새 휴대폰을 주문했다. KTF로 번호이동을 해서 집앞 대리점에서 140,000원 하는 것을 온 인터넷을 뒤져 단 1원에! 엠피쓰리, 디카, 전자사전까지 갖춘 앙징맞은 놈을 낼 받게 되었다. 하여 핸드폰 분실한 쓰라림에 약간 위로를 받으며 희희낙낙하던 것도 잠시... 인터넷 서치 하느라 반나절 이상을 보내고 마우스질 하느라 어깨도 뻐근하고, 어제 악몽을 꾼 데다 컨디션도 안좋았던 탓도 있지만, 결국은 작정한 일도 못하고, 돌 지난 아이..

lounge 2006.03.15

꽃무늬와, 대한민국에서 독신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짧은 생각

이사기념으로 언니가 매트리스를 선물로 사주었다. 나는 그리 무겁지 않아서, 또 혼자 자기 때문에 좋은 게 없어도 된다 하였지만, 언니는 기어어 비행기에서 남자가 옆으로 떨어져도 모르고 잘 정도로 편안하다는 값비싼 브랜드를 골라주었다. 그리고나서 그에 맞는 침구류를 함께 골랐다. 계속 꽃무늬를 골라주는 언니에게 강력하게 노우를 표시하면서, "왜 점점 꽃무늬가 좋아지나 몰라, 주위가 온통 다 꽃무늬가 된다니까"라는, 일산 사는 두 딸아이를 가진 친구의 말이 떠오르면서 '엄마가 된다는 건 꽃무늬를 좋아하게 되는 것' 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취향"이었나, 꽃무늬에 집착하는 주부가 나왔던 영화가? 꽃무늬란 참 재미있는 메타포일 수 있다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능력이 된다면 왜 꽃무..

lounge 2006.03.11

이사와, 변비 처방

여기는 일산. 커다란 창문앞에 앉으면 온통 하늘이고, 일어서면 호수공원이 내다뵈는 오피스텔이 너무 맘에 들어, 이래저래 마냥 지연되던 저기 먼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동경마저 깜빡 깜빡 잊어먹고 있는 중입니다. 살고 있는 곳이 바뀌면서 한결 부드러워지고 넉넉해지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居가 氣를 결정한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번 이사를 가장 반기는 것은 아주 가까이 살게 된 여섯살 조카 녀석입니다. 맨날맨날 놀러오려 떼쓰는 이 녀석에게 울 언니는 오늘 거짓말까지 해야했습니다. 이모는 일하러 맨날 맨날 나가야한다고. 오늘 낮엔 대학동창으로부터 오랫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어제 이사왔어, 라는 내 말에 친구는 "사는 형편이 나아져서 간 거야?" 라고 물었는데, 가끔씩 전화해서 ..

lounge 200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