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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날도 아닌 날

kalos250 2006. 3. 18. 11:38
하늘이 어둡다.
간밤에도 어두운 꿈을 꾸었다. 벌써 3일째다.
불행이 깨기 전에 먼저 일어나 아침마다 행복하다던가, 그런 말을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난다.
나의 불행은 너무나 부지런해서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시 잠이 들었다가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우는 형국이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곤 칭얼대다 곯아떨어지는 아이들(아, 어제 경숙이네 아이들도 굉장했다. 역시 엄마들은 위대하다)을 보면, 확실히 해법은 생활의 패턴을 바꾸는 데에 있다.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흐린 날씨와 황사로 인해 어젯밤 이모와 축구하기-실은 공차기-를 고대하며 잠들었다는 조카녀석의 바램이 좌절되었을 뿐.
어쩌면 큰 조카녀석의 옷 사는데 따라가서 옷을 골라주다가 함께 밥을 먹을 것이고,
두 번쯤의 전화를 받고 한 번쯤의 거절을 하고
어이 없이 한 주가 지나갔음을 아쉬워했다가
호수공원이나 한 바퀴 휘 돌아보면 하루가 다 갈지 모른다.

오늘은 아무 날이 아니지만
나는 오늘 결심을 한다.
삶의 계기는 꼭 의미 있는, 결정적 순간에만 마련되는 것은 아니니,
(사실 우리 범인들의 인생에 결정적 순간이랄 게 뭐 그리 많겠는가)
그냥 아무 의미없는 오늘 같은 날, 삶의 패턴을 바꿔보기로 한다.
어떻게?
그 패턴의 디테일한 밑그림은 아직 그리지 못했으나..
어쩌면 나는 조금 더 외롭고 조금은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