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다니던 20대 초반에 단짝 친구가 음악을 몇 곡 복사한 카세트테이프를 선물로 주었었다. '선언과 비단길'이라는 이질혼성의 제목과 함께, "우리 가는 길이 비단길이 아니어도 사랑하자."라는 글을 적어서.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우리를 아프게 통과하거나 그냥 흘러가 버리거나 하면서 우리는 참 짧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내 밀려서라도 가야한다면 이름만이라도 아름다워야지 비단길 허나 지나는 마음 쓸쓸하여 영 자갈밭일 때 저기 길을 끌어가는 덤불숲 사이로 언뜻 몸 감추는 세월의 뒷모습 보인다" (강연호 "비단길1") 파주로 향하는 길은 내겐 낯선 길이 아니다. 심지어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시각에 이 길을 지났었다. 지난겨울 세상을 떠나신 분을 찾아 뵙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