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학원수업에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만든 적이 있다. 서울의 비하인드 스토리였나, 뭐 그런 타이틀 아래 대여섯이 각기 다른 소재로 촬영을 했는데, 처음에 내가 택한 건 동성애자들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섭외로 만난 사람과의 첫만남에서 나는 이를 포기해버렸다. 이 땅에서 퀴어(그는 이 말을 선호했다.)로 산다는 것이 그를 투사로 만들어서였는지, 그의 입장은 너무나 진지했고 투쟁적이어서 짧은 시간에 가벼운 스케치로 만들어가는 전체 무비에 맞춘다는 건 전혀 여지가 없다는 걸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결국 내가 선택한 건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다큐. 이걸 영국인교수한테 설명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짧은 영어 탓이 컸지만, 우리사회의 특수성을 이해시켜야 하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