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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과학도

kalos250 2005. 12. 19. 14:58
작년 대학원수업에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만든 적이 있다.
서울의 비하인드 스토리였나, 뭐 그런 타이틀 아래 대여섯이 각기 다른 소재로 촬영을 했는데,
처음에 내가 택한 건 동성애자들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섭외로 만난 사람과의 첫만남에서 나는 이를 포기해버렸다.
이 땅에서 퀴어(그는 이 말을 선호했다.)로 산다는 것이 그를 투사로 만들어서였는지, 그의 입장은 너무나 진지했고 투쟁적이어서 짧은 시간에 가벼운 스케치로 만들어가는 전체 무비에 맞춘다는 건 전혀 여지가 없다는 걸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결국 내가 선택한 건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다큐.

이걸 영국인교수한테 설명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짧은 영어 탓이 컸지만, 우리사회의 특수성을 이해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잠시 노력을 해보다, 그냥 내맘대로 촬영을 해버렸다. 짧은 시간에 후닥 해치운 작업이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그 때 작업을 함께 도왔던 H양이 선택한 건 이 땅의 젊은 과학도였다.
전도유망한, 이라는 형용사가 이마에 붙어있는 듯한 인상의, 패기있으면서 온화한 인상을 가진 젊은이. 그를 장시간 함께 촬영하면서, 인터뷰를 도와준답시고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댔었는데, 그가 자신있게 내세운 논리는 열심히 연구하는 것만이 과학자의 몫이라는 것이었다.
그 연구성과가 어떻게 이용되고 어떤 가치에 복무하게 되는가는 과학자가 해야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원하지 않더라도 그 연구성과로 인해 어떤 막강한 권력이 손에 쥐어진다면? 이 마지막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 권력을 쥐고 있으면 연구할 시간이 없어지므로 나는 그 권력에서 손을 놓겠다.

자율의지를 지닌 반지의 제왕의 절대적 권력을 생각하거나 어떤 아주 작은 집단의 구조적 문제를 보더라도 권력이라는 게 자체의 속상상 그리 단순한게 아닐 수 있고, 또 아직은 젊은 그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알 수 없긴 하나... 황우석 박사에 대한 계속되는 정보를 들으면서 나는 문득 얼굴도 이름도 잘 기억이 안나는 그의 매끈한 이마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