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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os250's before
한심스럽게도 나의 가방은 방치해두면 자꾸만 무거워지는 습성이 있다. 뻐근해지는 어깨 때문에 작은 가방을 장만해보기도 하였으나 그 가방은 우아하게 방안에 걸려있게 되고, 며칠에 한 번씩 가방을 뒤집어서 탈탈 털어 재정리를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어제 김규항의 책을 받아들었을 때 가장 반가웠던 것은 재생지로 만들어진 책의 가벼운 무게였다. 오히려 잡념이 심해진다는 구실로 꼬박 나가던 요가도 쉬어버린 요즘엔 어깨결림이 더 심한지라, 가방을 메고 외출할 때만 조금씩 아껴서 읽어야지, 다짐을 하였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책, 너무 재미있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많은 부분이 이전에 드문드문 읽었던 것인데도, 새롭게 너무나 맛있게 읽힌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놀랄 만큼 맑고 투명한 렌즈를 가졌는데.....
. 무슨무슨 여행 2를 낸 아무개 선생에게 전화했다. "김규항니다." "아, 오랫만입니다. 어디 계세요?" "집에 가는 중입니다. 신문에 책이 나왔기에 전화 한 번 해봤습니다." "예, 잘 지내세요?" "뭐 좀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예......"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견뎌 내고 있습니다." "예....." "이 더러운 세상 견뎌내고 있습니다." "술 드십니까" "예....." "언제 술 한 잔 하시지요." "그러시죠. 연락 주세요." 김규항, 중에서 *** 며칠을 마냥 파란 하늘 보며 머엉~ 하니 살았습니다. 가을햇살이 따사운데, 햇볕 속에 죽음의 파장이 있다는 얘기도 들리더군요. 그래서 태양빛을 과도하게 쐬는 건 생명 있는 것들에겐 치명적라나 뭐라나. 이런 정신적 공황 같은 상태를 벗어나..
머리 뒤에도 눈이 달렸으면 좋겠다. 내 뒷모습을 볼 수 있게...
고향 혹은 고향 같은 곳에서, 변함없는 가족 혹은 가족 같은 사람들과 여유롭고 즐겁고 풍성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내가 귀한 존재가 되는 사람들 속에서, 세상의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처럼.. ^^ ♪ 안치환, 고향집에서
어제는 한바탕 비가 내리고, 오늘은 쨍! 하고 해가 떴습니다. 점심 후에 졸리기는 하고 안 졸려니 심심해서 만만한 사람 일곱을 골라 메시지를 날렸지요. 이름하여 '홍시' 놀이를 한 겁니다. 나는 요즘 인터넷 상에서 떠돈다는 홍시놀이의 정확한 의미를 잘 모릅니다. 그것과 상관없이 내가 개발한 홍시놀이지요. 메시지는 - 홍시에서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하였는데 왜 홍시맛이 나냐고 물으시면 그냥 홍시맛이... 라고만 적어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즉각 답이 돌아왔습니다. 어느분1 : 돌아가시겠습니다. ▶◀심심하신가보구료.▤☞☜ 어느분2 : 뭐지? 홍시맛? 나더러 무슨 반응을 하라는 건지.....혼나고 싶어? 어떤놈1 : 홍시에 붕알이 달려서 홍알이라 하였는데 홍시붕알을 보면 누구나 홍알홍알.....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지를 받아들고 남의 차량을 탈취하면 어떤 처분을 받게 되는지를 고민하다 창밖을 보니.. 상암동 파란하늘이 무지하게 이쁘대요. 물끄러미 하늘을 보다.. 아 문득.. 어릴 때 읽었던 책의 한 문장이 생각나더군요. 사람은 가장 행복할 때 자살해버려야 하는 건지도 몰라요, 라는.. 아마 루이제 린저의 책이었던 듯. 끈금없이 정말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면 정말 죽고 싶어지지 않을까.. (확인은 못해봤지만) 오늘을 끈질기게 살게 하는 건 행복이 아닌 고통, 충족되지 아니한 욕망이거나 배반당한 사랑이거나 오기이거나 발악이거나, 그런 네거티브한 쪽이 아닐까, 하는.. 정말 끈금없는 생각. 여러분들은 어찌 생각하시는지... 궁금 ㅋ.ㅋ 잠시, 언니랑 통화를 ..
직장동료였던 해수기는 오래 전 델마와 루이스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내게 말했다. "저렇게 같이 여행을 갈려면 네가 얼른 운전을 배워야해. 저만큼의 장거리 여행은 혼자서 운전하기 힘들거든." 그로부터 거의.. 십사년쯤 됐을까. 난 이제야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동안 운전을 배울 것을 강력히 종용하던 해수기는 이제 초등학교 아이를 둔 엄마가 되었고, 그래서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꾸게 되었다. 나랑 생일이 일주일차로 비슷해 생일 즈음에서야 만나곤 하는 해수기는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다. 170의 늘씬한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와 덧니가 매력적인 이 친구는 직장에서 만난지 1년쯤 되던 해에 내게, 사실은 자기가 나보다 한 살이 어리다고 '고백' 을 하였다. 왜 동갑이라고 했어? 라는 내 물음에 ..
내 방에 쪼그만 어항이 있는데 구피가 살아요. 한달전쯤인가 새끼 여덞 마리를 낳았는데 두 마리는 죽고 한 마리는 얼마전에 잡아먹혔고. 내 탓으로. 지금 다섯 마리가 사는데 아직는 잔(올)챙이같지만 점점 물고기 형상을 띠어 가네요. 정'렬'의 그것 잘 키울것.. 모두들 고마웠어요. 혜영언니가 열심히 달려준 덕분에 집앞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고. =^.^=
"몇살이에요?" "하루살이에요" "하아, 각박한 시간을 얻었군요. 게다가 결국 이렇게 하루치의 해가 지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런, 평화롭게 졸음에 겹다니요." "아름답고 고요한 저녁이니까요. 웃음소리가 터지고, 투명한 빛이 일제히 날아오른 때를 지나, 행복했었냐고 따뜻하게 물어오는 걸요" "하지만 난 왜 내일을 대기시키느라 바쁜 걸까요. 오늘의 보람을 계산해야 한다고 들리던 소리는 내가 보낸 메아리였던 걸까요." "그래요. 지금은 단지 하품을 하는 시간, 몸에서는 종잁토록 잘 마른 빨래처럼 햇볕의 냄새가 나고 있어요." - 홍임정, 여러 해 전 10월호 중에서 내가 맞고 싶었던 생일 풍경. 언젠가는...
추척추적 내리는 빗소리 듣다, 마음 아득히 쓸쓸해져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조용히 들여다봐주는 (별로 드러나게 흔적들을 남기진 않으시지만, 그렇게 믿고 있지요 ^^) 이곳을 찾았습니다. 여름이 벌써 다 가고 있군요. 변변한 휴가도 못갔지만 바쁜.. 계절이었네요. 툴툴대며 일도 열심히 했고, 간간히 영화도 몇 편 챙겨보고, 유쾌하고 즐거웠던 전시회도 두어번, 오랫동안 안마시던 술에 취해 본 것도 몇 번 되는군요. 나 왜 이렇게 술이 약해졌냐.. 는 내 말에 함께 술마시던 후배가 대답한 말이 생각나네요. "정신을 다 놓아버리고 마시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때때로 정말 하고 싶어지는 일이 그렇게 정신을 다 놓아버리는 일인데, 그렇게 자꾸만 놓아버리고 싶은 정신을 챙겨가지고 다니느라 분주했던 여름이었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