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마을에 가 본 적이 있다. 땅끝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였을까. 그 때 기억은 희한하게도 꿈결처럼 아스라하다. 지독하게 더운 날씨였다. 강렬한 햇빛을 반사시키고 있는 야트막한 해안의 음식점들은 영화 가위손에 나오는 집들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키보드에 푹 빠져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디오나 자동차나 그런 것들이 아니고 키보드인 것은, 넉넉치 못한 살림에서 끝까지 가볼 수 있는 것이어서,라고 했다. 나는 그를 잘 모르고 키보드의 매력도 전혀 모르지만, 그것이 세속적으로 그를 윤택하게 해주거나 인정받지도 못하는 종류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끝을 갈구하는 열정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끝. 그러니까 끝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이문재 시인의 싯귀절처럼 "후욱 비린내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