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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11월의 나무"

11월의 나무 황 지 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 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옆에서 이승 쪽으로 測光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病名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다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10월이 다 가고 있다. 털어내고 싶은 것이 많아 벌써 자꾸 가려워지는 나의 생이 황지우 시인의 11월의 나무를 닮..

lounge 2002.10.28

오버근육

희미한 거지만 공연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을 올리려했는데, 우려했던 일이 너무 빨리 일어났다. 내 컴이 지숙이 무릎처럼 "오버근육" 이 된 모양이다.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깔아, 과적이 된 것이 원인인 듯하다. 특히나 최근에 깔아논 동영상 프로그램. 동영상은 너무 덩치가 크다. 내 욕심이 과하였다. 시도 때도 없이 다운되기를 며칠 반복하더니, 이제 프로그램 안열어주기를 시작했는데, 그 시작이 너무나 치명적인 포토샵이다. 지우고 다시 깔기를 몇 번. 상황이 급하니 일단 과적된 프로그램들을 지워보고, 안되면 포맷을 해봐야겠지. 그리고 이젠 업그레이드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나날이 늘어가는 덩치들. 그리고 내 욕심들. 자꾸 엄청나게 커져가는 컴퓨터 사양들은 가속화되는 우리의 욕망을 보여주는 미니어처mi..

lounge 2002.10.25

나팔꽃 공연

홍순관(사회자):"슬픔이 기쁨에게 말을 한다면 어떤 말을 했을지 얘기해주세요. " 정호승 :" 미안하다. 그래도 내가 있어서 기쁘지?" 연애편지에 릴케의 말을 인용해, "사랑은 감정으로 출발하지만, 그 다음엔 신념화되야한다." 고 했다는 이 시인의 낭송으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연애편지, 라는 이름으로, 연애편지 쓰듯이 살갑게 벌어진 시와 노래의 항연 시와 몸은 원래 한 몸이라고 하더니 출연진들이 왜 그렇게 노래도 잘하고 말도 다 시같이 하는지.(아, 부럽다) 가을이 빨간 이유가, 슬픔 때문에 하두 울어서 그렇단다. 눈물이 돌이 되어 쌓여 가슴이 무겁다는 이 정서. 개그 콘서트 같은 데서 나왔으면 전혀 다른 느낌이었을. 이런 감성이 너무 자연스럽고 따스한, 그리고 친근한. 가을이 빨간 이유 (배경희 글,곡..

lounge 2002.10.25

발자국남기기

들어오기는 자주 들어오는데, 글을 남기는건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닙니다. 오늘은 또 어떤 글이 있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타인의 생각을 훔쳐보는 짜릿함(?)으로 이곳으로 발길이 향하곤 합니다. 훔쳐보는 짜릿함속에는 상대적인 초라함으로 글쓰기가 주저되곤 합니다. 오늘은 아래의 글을 보고 흔적을 남깁니다. 다른이의 모습만을 훔쳐가는 도둑이 되기는 싫어서 ^^ 이렇게라도 저의 흔적을 남깁니다. 이곳에서 제가 좋아하는 곳은 Wrtings과 Scene# 입니다. Wrtings은 뭔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랄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거지만 ^^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조차도 누군가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성같은 것 같아요. 물론 늘 그런 사람이냐 아니면 한사람에게만..

lounge 2002.10.25

사람들은 왜 흔적을 남길까

지난 주말은 직장에서 극기훈련을 했답니다. 극기훈련이래봤자 대개는 근교의 산을 오르거나 오는 길 식사정도 하는 것이지만요. 특별히 사진찍는 요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진기 역시 형부네 직장서 명절 선물로 택일을 하게 되었는데 처가에 하나 줘야 겠다고 마음먹은 형부, 저렴한 자동 카메라를 하나 골랐는데 그게 바로 제가 가지고 다니는 그 사진기랍니다. 암튼 그날은 가벼운 마음으로 올랐고 여느해와는 달리 여직원 출석률 100%였어요. 그냥 내려올 수가 없어 이거 우리끼리 정말 오랜만인데 한번 찍고 내려가야겠다, 싶어서 부탁을 했죠. 근데 한 남자직원이 내려가면서 혼잣말로 그래요. 사람들은 왜 흔적을 남기지? 이곳에서 일을 하시는 분 중에 서른후반의 여자분이 계신데 함께 산에 올랐거든요. 어제 사진을 현상해서 ..

lounge 200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