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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없는 내 생각], 김용택

쓰잘데기없는 내 생각 구름 한점 없는 가을날 지리산 피아골 가는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피아골 골짜기에서 흘러오는 도랑물 건너 왼쪽에 아주 작은 대숲 마을이 하나 산 중턱에 있습니다 혹 그 마을을 눈여겨 보신 적이 있는지요 그 마을을 보고 있노라면 오만가지 생각 중에, 정말 오만가지 생각들 중에 아, 저기 저 마을에다가 이 세상에서 나만 아는 한 여자를 감추어두고 살았으면 '거 을매나 좋을꼬'하는 생각이 바람 없는 날 저녁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혹 댁도 그런 생각을 해보셨는지요 어디까지나 이것은 '혹'이지만 말입니다 나도 이따금 저 마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런 쓸쓸하고도 달콤한, 그러나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나 혼자 할 때가 다 있답니다 아내가 ..

lounge 2002.11.04

어느새

11월이 되었네요. 며칠...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새... 최근에 제가 겪은 일들은 내가 이제까지 가지고 왔던 상식적인 수준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서는 것들이어서 많이 혼란스러웠는데(월미도의 바이킹을 타는 것 같은), 이제 조금 균형을 잡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해지고 넒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사실, 내가 무슨 일을 할려고 이렇게 강해지는 걸까, 라는 생각도 쪼금은 합니다... ㅋㅋ) 날씨가 많이 추운 모양입니다. 남쪽 지방엔 눈도 내렸다는데... 감기조심하시구요. 따뜻하게 지내세요, 몸도 마음도. 기침이 이제 갔나 싶으면 또 여지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려오고 그러네요. 이젠 정말 결별을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밥을 열씨미 지어먹고, 시퍼런 약 두 알을 털어넣고 있습니..

lounge 2002.11.04

문득...

"발에 발붙여 너무나 중요한 하루를 살되 하늘을 바라는 여유가 있으시기를...." 스물 세살쯤이었을까, 내가 교회를 떠나던 때, 성가대 지휘를 하던 풋풋한 열아홉의 청년이 내손에 쥐어준 엽서에는 이런 말들이 써있었다. "사람을 이해하기 전에 존경이나 원망부터 해버리는 이 세상에서 당신을 나의 게으름 때문에 이해하지 못했음을 후회합니다... "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아 가벼운 눈인사만 하고 지내던, 단정하게 깎은 뒷머리가 파르스름했던 그 청년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 엽서에 덧붙였던 말대로, "불멸의 삶을 갈망치 말고 가능의 영역을 탕진"(판다로스)하면서 부지런히, 후회없이 살고 있을까?

jewelbox 200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