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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윤이

이제 한 돌하고 3달쯤이 된 나의 두번째 조카 석윤이는 요즘 한창 걷고 뛰기 시작하여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석윤이의 고 자그만 입에서 젤 먼저 들은 단어는 꽃, 이었는데 울 언니는 얘가 자라서 시인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곤 했다. 정신없이 이리저리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석윤이를 봐야하는 이모의 의무에 의해 그 아이를 뒤쫒아다니다 보면, 아직 5개 안팎의 단어를 구사하는 석윤이가 뭔가를 고 자그만 손가락으로 확실하게 가리키고 있는 걸 자주 보게 된다. 그 분명한 손짓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면, 거기에는 꽃이 있고 물고기가 있고 햇빛이 있고, 그것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사랑하지 아니할 수 없는 조카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가 있다.

jewelbox 2002.10.24

언니, 석윤이 재워놓고 봐라, 개혁국민정당 창당발기인 대회 문성근 연설

일산에서 연설이 있었을 때, 석윤이 땜에 못갔다며. . 정말, 눈물 나네.... http://www.vision2002.org 여기 가서 오른 쪽에 보면 문성근 아저씨 얼굴이 보이지? 그 아래 클릭. 22분 49초니까 짧아. 석윤이가 낮에 한두시간은 푹 자잖아? 그 때 봐. 싸나이의 눈물을 보고 넘 울지는 말구. 그리고 형부 사업이 빨리 잘 되어서 돈많이 벌면 좋겠다. 형부 같은 사람이 돈 많이 벌어야하는데..

lounge 2002.10.23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다녀와서...] 2000. 4. 11

우연찮게 샤머니즘에 관한 다큐멘타리 제작팀에 끼여 헝가리를 다녀왔습니다. 절대적으로 체험되던 시간과 공간, 나의 '존재형식'으로 엄연하기만 하던 그 좌표를 처음으로 아주 멀리 벗어나 보니, 빡빡한 일정과 낯선 도시에서의 설레임 속에서도 내 자신의 삶의 자리가 자꾸 돌아봐졌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비행기에서부터 와아, 함성을 자아낸 확 트인 평화로운 평원을 달려 도착한 고즈넉한 도시. '아름답고 푸른'은 아니지만, 부다와 페스트를 나누며 유유히 흐르는 도나우(혹은 다뉴브는 영국식과 독일식 말이고, 그곳 말로는 두나라고 한답니다.) 강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다리들. 강언덕에 자리한 고성들과 거리에 들어서 있는 건물들이, 오랜 시간을 견뎌 쌓아온 깊은 빛을 발하는 곳. 과거와..

writings 2002.10.22

[침묵의 뿌리 (조세희 제3작집)를 읽고]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카메라라곤 자동카메라 한 번 손에 쥐어보지 못하고 관심도 없던 대학 1학년 때였다. 몸도 마음도 가난했고 끝모를 갈증에 목말라했던 그 봄에, 문득 혼자 있고 싶어 어두컴컴한 도서관 서고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발견한 책... 흰 색 표지에 작은 프레임으로 담긴 흑백사진 속에는 서늘한 눈매를 가진 소녀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애잔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마치 슬픈 선언처럼. 그리고 조세희라는 이름... 고등학교 시절에 멋모르고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강한 충격이 되살아났다. 책머리에 적힌 작가의 말. 「지난 70년대에 나는 어떤 이의 말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책 한 권을 써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그 책이다..

writings 2002.10.22

[춤추는 별] 2001. 03. 04

오늘, 로테르담의 아트-테크놀로지 센터, ‘언스테이블 미디어 연구소’를 표방 하는 V2의 웹사이트를 구경하다, 1987년에 이들이 발표했다는 선언서를 읽다. “우리가 사용하는 미디어는 전파나 주파수를 기반으로 한다. 음향, 빛, 비디오, 컴퓨터 따위가 그것인데, 이들은 불안정성(instability)을 그 속성으로 한다… 양자역학은 사물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로서 전자의 존재를 밝혀낸 바 있다. 그런데, 전자는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역동적인 운동을 특징으로 한다. 전자가 가진 이러한 불안정한 운동이 비정태적 미디어의 기반이다…. 우리는 불안정적인 혼동상태를 사랑한다. 그것은 진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카오스를… 셀 수 없이 많은 상이한 질서들로 구성한 커다란 질서라고 생각한다. 이 속에서 안정..

writings 2002.10.22

[Shall we dance?] 2001. 03. 13

몇 년 전 가끔 만나던 친구가 있었다. 문화운동을 한답시고 삶에서의 일탈이니 탈주니 하는 말들을 구호처럼 되풀이하면서, 꿈꾸지 않는 소시민 직장인들의 나태함을 혐오하던 그가 야박하게 느껴져 괜히 성실한 직장인을 극구 변호하던 나는 분명 그를 질투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뭐 누군 그러고 싶지 않아서 갑갑하게 사나, 하면서…. 이름만 듣던 홍대 앞 락까페들-뭐 발전소니 언더그라운드니 하는-로 집요하게 이끌려 하던 것에 완강히 거부하던 내가 꽤나 한심하게 보였는지, “넌 그래서 안돼. 자신을 얽어매는 것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지라구.” 하며 꽤 강도 높은 비난을 하던 그에게 사실 변명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단지, 안해본 거라 낯설어서 그렇지 뭐, 라는 말밖에. 영화를 봤다. 그리고 비디오를 봤다. 뒤늦게..

writings 2002.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