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라는 신호가 왔다. 몸이 말한다. 몸 안이 온통 독으로 가득차 있다고. 물을 갈아먹고 설사를 해서 그 독을 내보내야 한다고. 뻘뻘 땀을 흘려 모공을 꽉 막아버린 개기름을 씻어버려야 한다고. 오래 전 언젠가도 이랬다. 내 안에 오만과 탐욕과 집착과 미움의 에너지가 만수위를 넘어 차올랐었다. 그때 어떤 신호가 왔었다. 나는 그 신호를 따라서 집을 떠났다. 길을 걸으며 그 나쁜 에너지를 웬만큼 방류할 수 있었다. 풍경이, 사람들이 내게 건네 준 선한 에너지를 몸 안에 채워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 오랫동안 집을 떠나지 못했다. 언제든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니었겠는가마는, 그래도 지난 6년, 길 떠나지 못하고 살아야 했던 시간은 또 '가장' 힘든 시간들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