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 18

꽃무늬와, 대한민국에서 독신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짧은 생각

이사기념으로 언니가 매트리스를 선물로 사주었다. 나는 그리 무겁지 않아서, 또 혼자 자기 때문에 좋은 게 없어도 된다 하였지만, 언니는 기어어 비행기에서 남자가 옆으로 떨어져도 모르고 잘 정도로 편안하다는 값비싼 브랜드를 골라주었다. 그리고나서 그에 맞는 침구류를 함께 골랐다. 계속 꽃무늬를 골라주는 언니에게 강력하게 노우를 표시하면서, "왜 점점 꽃무늬가 좋아지나 몰라, 주위가 온통 다 꽃무늬가 된다니까"라는, 일산 사는 두 딸아이를 가진 친구의 말이 떠오르면서 '엄마가 된다는 건 꽃무늬를 좋아하게 되는 것' 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취향"이었나, 꽃무늬에 집착하는 주부가 나왔던 영화가? 꽃무늬란 참 재미있는 메타포일 수 있다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능력이 된다면 왜 꽃무..

lounge 2006.03.11

이사와, 변비 처방

여기는 일산. 커다란 창문앞에 앉으면 온통 하늘이고, 일어서면 호수공원이 내다뵈는 오피스텔이 너무 맘에 들어, 이래저래 마냥 지연되던 저기 먼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동경마저 깜빡 깜빡 잊어먹고 있는 중입니다. 살고 있는 곳이 바뀌면서 한결 부드러워지고 넉넉해지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居가 氣를 결정한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번 이사를 가장 반기는 것은 아주 가까이 살게 된 여섯살 조카 녀석입니다. 맨날맨날 놀러오려 떼쓰는 이 녀석에게 울 언니는 오늘 거짓말까지 해야했습니다. 이모는 일하러 맨날 맨날 나가야한다고. 오늘 낮엔 대학동창으로부터 오랫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어제 이사왔어, 라는 내 말에 친구는 "사는 형편이 나아져서 간 거야?" 라고 물었는데, 가끔씩 전화해서 ..

lounge 2006.03.09

2006년 서울대 입학식 축사, 신영복

2006학년도 서울대 입학식 축사 - 신영복 여러분들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4년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그 아름다운 시작을 이처럼 가까운 자리에서 축하하게 된 나 자신도 마치 47년 전으로 되돌아 간 듯 대단히 행복합니다. 나에게는 여러분이 지금 시작하는 4년의 대학 외에 또 하나의 대학이 있습니다. 20년의 수형생활이 그것입니다. 나는 그 20년 역시 "나의 대학시절“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개의 대학시절 동안 깨달은 것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첫째, 대학시절에는 그릇을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대학시절에는 그릇을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그릇 자체를 키우기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대학시절 이후에는 그릇을 키우지 못합..

lounge 2006.03.04

이사 대비 대청소를 하다 발견한 다사인 신문

1997년 12월에 시작했으니 9년이 훨 넘었다. 피시통신이란 걸 시작하면서 가입한 하이텔 소모임인" 다사인"- "다큐멘타리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첫 온라인 신문을 낸 것이. 평수가 작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면서 큰 맘 먹고 잡다한 짐들을 줄이는 중이었는데, 다사인신문이란 제목을 단 이 누런 종이뭄치를 두 번이나 폐지박스에 넣었다 다시 꺼내왔다. 당시로서는 야심찬 온라인신문이었는데도 아무리 찾아도 파일이 두 개 밖에 없다. 그나마 2호, 3호는 프린트 된 것도 없어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다. 폐기처분되려다 다시 꺼내온 신문들을 읽어보며 혼자 키득키득 웃어대다, 오호~ 어쭈~ 감탄도 한다. 나름대로 진지하고 나름대로 즐거웠던 시절이다. 제법 짧지 않은 분량의 신문에는 창간사 라든가, 다큐멘타리 사진의 ..

lounge 2006.03.04

일산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산 호수공원이 드문드문 보이는 전망을 가진 하늘과 가까운 오피스텔 공간으로. 하늘에 떠있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갈 것인가,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갈 것인가를 놓고 한참 고민하다가, 나의 건강을 염려하는 언니와 부동산 아가씨의 권유로 석양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석양은... 나이를 좀 더 먹어 한층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을 때를 기다려서.. 3월입니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올겨울도 안녕을 고하는 듯 합니다. 당신의 마음에도,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희망찬 봄기운이 당도할 수 있기를.

lounge 200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