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산. 커다란 창문앞에 앉으면 온통 하늘이고, 일어서면 호수공원이 내다뵈는 오피스텔이 너무 맘에 들어, 이래저래 마냥 지연되던 저기 먼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동경마저 깜빡 깜빡 잊어먹고 있는 중입니다. 살고 있는 곳이 바뀌면서 한결 부드러워지고 넉넉해지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居가 氣를 결정한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번 이사를 가장 반기는 것은 아주 가까이 살게 된 여섯살 조카 녀석입니다. 맨날맨날 놀러오려 떼쓰는 이 녀석에게 울 언니는 오늘 거짓말까지 해야했습니다. 이모는 일하러 맨날 맨날 나가야한다고. 오늘 낮엔 대학동창으로부터 오랫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어제 이사왔어, 라는 내 말에 친구는 "사는 형편이 나아져서 간 거야?" 라고 물었는데, 가끔씩 전화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