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43

밸브

한강 선유도 공원에 떡하니 자리한 이 육중한 것은 오래 전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한강물이 넘칠 때 수위를 조절해주던 밸브라고 하네요. 우리 가슴에도 우리 삶에도 이런 밸브가 있었으면 참 좋겠죠? 갖은 욕망이든지 미움이라든지, 혹은 사랑이든지, 슬픔이든지, 뭐든 너무 많이 차서 넘치는 것들을 한순간에 흘려버리고 그 "수위"를 조절할 수 있게. 이순간 끔찍한 슬픔에 잠겨있을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분들의 가슴속에도...

view 2003.02.24

쵸콜렛

발렌타인 데이에 만나기로 한 두 명의 솔로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둘도 모자라 서둘러 셋이 되고만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아가 선물로 대체할 겁니다. 이곳을 방문하신, 어쩌다 솔로가 되셨거나 원래가 당당한 솔로였던 여러분에겐 조리법만을 선사하겠습니다. 사랑면의 맛에 대해선, "기호에 따라" 무엇을 첨가하느냐에 달려있다, 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칼로리, 영양가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고, 치명적인 부작용에 대해선 알아서 유의하세요. 먼저 사랑을 넣고 끊는 마음을 부어 1초간 기다린 후 적당히 넘어온거 같으면 바로 고백하십시요.

view 2003.02.12

햇볕 한 줌

체감온도가 영하 17도라면서요? 추운 게 싫어 꽁꽁 싸매고 나갔더니, 그거 추위 별 거 아니더라구요. 얼마 전에 대학 동창을 만났는데, 날씨에 맞게 무장을 하는데 곧잘 실패하던 예전의 내모습을 친구가 기억하더군요. 사람들은 바람이 거세질 줄, 비가 후두둑 쏟아질 줄, 갑자기 무더울 줄 어떻게 알고 늘 대처할 수 있는 건지 늘 의아하면서 추위에 떨거나 비를 맞던 기억. 내 살아온 날들도 별로 다르지 않아, 이 나이에 아직도 준비해논 두터운 외투, 우산 같은 거 빈약하기 그지없지만.... 이 한장의 사진으로도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나요? 체감온도, 0.001도쯤은? 2003.01.21 호암미술관

view 2003.01.27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으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어디 둘지 몰라 난처해할까봐 걱정하는 조카를 위해 언니랑 쇼핑을 나갔다가, 저 자신만을 위한 사치스런 준비를 했습니다. 땅꼬마 크리스마스트리입니다. 이 자고만 것이 깜박이는 내 방안은 어느 때보다 훨씬 따뜻해 보입니다.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선물교환을 하고, 새벽송도 돌고 하던... 그 때 새벽송을 돌면서는 왜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이 더 넉넉한 인심으로 융숭한 대접을 해주는지 의아해하던 기억도 나는군요. 새대통령을 맞는 새해에는 예비군 5년차인 친구의 기대대로 예비군 5년으로 줄어들면 좋겠고, 가난한 사람들이 나눠줄 것들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고,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희망이나 기쁜 설레임 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깜빡 깜빡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좋..

view 200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