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43

일출

벌써 12월입니다. 또 한 해를 더 살아왔음에도 한 일도 없이 여전히 빈 손인 듯 쓸쓸한 가슴이었지만, "우리가 저 먼 해를 또 한바퀴 돌아온 것"이라는 신영복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그 먼 장거리 여행에서 돌아오는 지친 내 육신에게 수고했다고 편안한 웃음 한 번 지어봅니다. 그리고, 그 천문학적 거리를 스무 번이나 서른 번 쯤(혹은 그 이상을) 돌아 지금 여기의 12월을 살고 있는 당신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view 2002.12.05

신호등

푸른 신호등이 늘 전진신호는 아니듯이 붉은 신호등도 그러할까? 푸른 신호등을 담고 싶은 마음에 렌즈를 들고 기다렸지만, 신호는 도대체 바뀔 줄을 모르고... 나이가 먹을 수록 신호등은 더 더디게 바뀌거나 어떨 땐 절대 안바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저 빨간 신호등이 있고, 푸른 신호등이 있는데, 그것이 건너야 할 곳과 건너지 말아야할 곳을 알려주는 이정표인듯... 그렇게 단호해보인다.

view 2002.11.25

골목

충무로 인쇄 골목은 내가 아는 가장 분주한 골목 중의 하나다. 24시간 출력소, 인쇄소, 재단소, 지업사, 그 사이를 바쁜 표정으로 오가는 사람들, 오토바이들, 무거운 트럭들... 고작 피시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나, 오늘 후배 일을 해주느라 이곳 저곳 인쇄 골목을 어리숙한 몸짓으로 반나절을 헤매고 다니면서, 다른 속도로 살고 있는 듯한 그들의 분주함에서 생기를 느끼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20021118. 충무로

view 200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