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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충무로 인쇄 골목은 내가 아는 가장 분주한 골목 중의 하나다. 24시간 출력소, 인쇄소, 재단소, 지업사, 그 사이를 바쁜 표정으로 오가는 사람들, 오토바이들, 무거운 트럭들... 고작 피시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나, 오늘 후배 일을 해주느라 이곳 저곳 인쇄 골목을 어리숙한 몸짓으로 반나절을 헤매고 다니면서, 다른 속도로 살고 있는 듯한 그들의 분주함에서 생기를 느끼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20021118. 충무로

view 2002.11.18

"조그만 사랑노래"에서 들은 별똥별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에서 열리는 민족음악연구회의 "조그만 사랑노래"라는 작은 음악회를 찾았다. 시가 있고, 소통을 위한 음악이 있다는 점에선 지난 번 "나팔꽃" 공연과 유사했지만, 또 여러가지 면에서 색다른 음악회였다. 음악회 전에 있던 세미나 (제목이 "일상속에서" 였나?, 자료집을 엄한 데 두는 바람에 기억이 잘 안난다. 혜영아 꼭 챙겨줘!)도 인상적이었다. 일상에서의 신념과 취향에 대한 진솔한 자기 고백들, 일상에서의 맞딱뜨리는 지향과 취향, 그 갈등과 선택, 양자의 평화로운 화합을 위한 노력들. 신념의 근거를 이루는 욕망의 근거를 살펴서, Positive한 신체의 기억을 통해 취향과 근접시키는 노력이 있어야한다는 얘기.. 그리고 음악회가 있었다. 국악이라는 형식과, 일상이라는 내용이 조화롭게 작..

lounge 2002.11.17

책 이야기, <화가의 우연한 시선>

오는 길에 서점에나 들러야겠다, 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서는데 우편함에서 꽂혀있는 갈색봉투를 발견했다. 우편물을 뜯어보는 기분은 언제나 설레임이다. 얼마 전에 이벤트 선물로 받은 동물원 면티도 그러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라는 메세지가 무색하게 엉성한 흰색의 얇은 반팔티에다 사이즈도 XL였지만, 하루 종일 그로 인해 즐거운 기분이었다. 아무튼... 버스안에 앉아 봉투를 뜯어보았더니, 지친 영혼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같은 빛깔의 표지(이건 모네의 수련연못인데, 오늘 새벽에 읽었던 소설에서 면담실에 걸려 있던 그림이 바로 모네의 수련이었다.)위에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따라간 시인의 정갈하고 단아한 눈빛과 섬세하게 아름다운 얼굴선이 눈에 들어온다. (ㅋㅋ 이 저자사진을 찍은 사람 이름을 확인해보시라) "..

lounge 2002.11.13

책 이야기,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최근에 우편으로 배달된 책이 있었다. 김형경의 장편 소설 나름대로 내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래서 정신분석 같은 걸 받아보면 어떨까, 그런 질문을 친구에게 던져보고 있을 때 시의적절하게 내 손에 들어온 이소설은 작가 자신이 정신분석을 받은 경험 끝에 나온 책이라고, 책을 보내준 후배가 알려줬었다. 최보은씨가 "여자로 사느라고 골병이 든 우리들을 위한 원고지 2천 6백 매짜리 처방전"이라 표현했던 소설을 간밤에 다 읽고 난 후의 내 느낌도 그러했다. 아 이래서 처방전이었구나. 지난한 과정을 통해 받아낸 남의 처방전을 들고, 그래서 이 처방전을 들고 어디서 어떻게 나의 약을 구해야하지, 고민하는 나... 그런데 갑자기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 상처니, 방어의식이니, 질투, 사..

lounge 200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