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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껴가기

* 이 게시판 어딘가엔 오래전에 담아놓은 김용택 시인의 이란 시가 있다. 무지하게 긴 시를 간단히 옮겨보면, 구름 한점 없는 가을날 지리산 피아골 가는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피아골 골짜기에서 흘러오는 도랑물 건너 왼쪽에 아주 작은 대숲 마을이 하나 산 중턱에 있습니다 혹 그 마을을 눈여겨 보신 적이 있는지요 그 마을을 보고 있노라면 오만가지 생각 중에, 정말 오만가지 생각들 중에 아, 저기 저 마을에다가 이 세상에서 나만 아는 한 여자를 감추어두고 살았으면 '거 을매나 좋을꼬'하는 생각이 바람 없는 날 저녁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혹 댁도 그런 생각을 해보셨는지요 어디까지나 이것은 '혹'이지만 말입니다 나도 이따금 저 마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lounge 2005.12.24

달콤한 것들에 중독되다

배가 쌀쌀 아프다. 엄청난 양의 과자, 그것도 달콤하기 이를 데 없는 Creamy Butter 과자 두 종류와 사탕, 초콜릿, 커피를 먹어댔기 때문이다. 며칠 째, 몸속에서 자꾸만 달콤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한 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할 이 중요한 때에 잘못하면 새해 모토를 "달콤하게 살자"로 해버리게 될 듯. 달콤한 새해, 달콤한 연애, 달콤한 인생 뭐 이런 걸로... 호남지방에 엄청난 폭설이 내려서 많은 사람들이 깊은 시름에 잠겨있는 이때, 나는 문득 철없는 상상을 해본다. 유명한 초컬릿 회사에서 그들을 위해 최고로 맛좋고 몸에 좋은 초컬릿을 헬기를 띄워 보내준다. 눈바람 속에 급히 공수되어온 초컬릿을 보고, 뭔 초컬릿이람 하면서 무심코 입에 털어넣은 사람들은, 그 달콤한 맛과 향에 취..

lounge 2005.12.22

젊은 과학도

작년 대학원수업에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만든 적이 있다. 서울의 비하인드 스토리였나, 뭐 그런 타이틀 아래 대여섯이 각기 다른 소재로 촬영을 했는데, 처음에 내가 택한 건 동성애자들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섭외로 만난 사람과의 첫만남에서 나는 이를 포기해버렸다. 이 땅에서 퀴어(그는 이 말을 선호했다.)로 산다는 것이 그를 투사로 만들어서였는지, 그의 입장은 너무나 진지했고 투쟁적이어서 짧은 시간에 가벼운 스케치로 만들어가는 전체 무비에 맞춘다는 건 전혀 여지가 없다는 걸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결국 내가 선택한 건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다큐. 이걸 영국인교수한테 설명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짧은 영어 탓이 컸지만, 우리사회의 특수성을 이해시켜야 하는 부분..

lounge 2005.12.19

오늘의 일기 ♪

(내가 있는 이 사진은 photo by Bae) (신영복 선생님) 더불어숲 연말모임에 다녀왔다. 신선생님 말씀대로 "자주 나가지 않아도 구박받지 않는" 모임이다. 나처럼 일년에 한 두 번 나가도 전혀 개의치 않을 뿐더러 표현해주는 반가움이 오히려 더 크다. 새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삶의 현장을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도 반가웁고 즐거운 일이지만, 이미 많은 즐거운 시간들을 공유하고 있고 나를 기억하고 지켜보아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반가움과 위안과 고마움은 때로 정말 큰 것이다. (한 예로 "요정"이니, "보석"이니 하는 말을 내가 또 어디서 이렇게 들을 수 있겠는가. 워낙 인심이 후하기도 하지만, 항상성을 큰 미덕으로 아는 이 사람들은 아마 내가 크게 어긋나게 살아버리지 않는한 그런 칭찬과 격려..

lounge 2005.12.18

퍼옴, 260억으로도 곰팡이는 막을 수 없었는가.

여느 대한민국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기자회견이랑 뉴스 보느라 해야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말았군요. 저마다 분주한 이 연말에 이 무슨 난데없는 추리극이란 말입니까. 정말 너무나 영화 같아서, 이 사태가 진정된 다음에 이걸 영화로 만들어 전세계적으로 대박이 나면, 황박사가 장담하고 온 나라가 솔깃하던, 그리하여 못내 아쉬워 마지않던 외화벌이에 좀 위안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게시판에서 퍼왔습니다. 260억으로도 곰팡이는 막을 수 없었는가. 필명 : Zerdion(Zerdion) 날짜 : 2005/12/16 오후 2:33:22 "상대성 이론"으로서 잘 나가던 아인슈타인의 말년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살아 있던 당시에 전설이 된 아인슈타인은 한때 전 세계 물..

lounge 2005.12.17

초콜릿 드세요

아침 티비 프로에서 언뜻 보았는데, 초콜릿 속에 감기예방, 동맥경화예방 성분이 들어있고 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노화를 방지해주며, 무엇보다 엔돌핀, 세레토닌 같은 행복 호르몬을 만들어낸다네요. 작년 이맘때쯤 엘에이에 있는 동생네 집에 가있을 때도 한의사인 제부가 날마다 약처럼 초컬릿을 먹였드랬지요. 잠시후에 만나게 될 친구가 며칠 째 기침감기로 고생하던 게 생각나서 편의점에 들러 괜찮아 보이는 초콜릿을 사가지고 들어왔는데, 기다리고 있는 중에 영 지루해서 야금야금 먹어버리고 있네요.^^ 다 먹고 나서야 친구가 나타날려나.. 달콤한 초콜릿이 입안에 들어오니 몸 어디선가 행복 호르몬이 나오는 거 같기도 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했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라는 영화도 생각나고.. 포레스토 검프에선 인생이 초콜릿 상..

lounge 2005.12.16

황우석 박사, 그 위대한 이름.

요즈음엔 뭐든 최악의 것을 예상하면 그보다 더 나쁜 쪽으로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 세포에 대한 보도도 그렇습니다. 이미 예상은 한 바지만 밝혀진 내용을 보면 이건 뭐.. 황당할 지경이군요. 어떻게 이런 엄청난 집단적인 조작이 가능했던 것인지. 그동안 정당한 일을 하고도 이래저래 심한 돌팔매질을 당한 엠비씨에겐 그나마 이정도 드러나게 된 것이 다행한 일일 수 있지만-물론 돌을 던진 사람들(제잇속차리기에 신이났던 보수언론은 당연 빼고)도 안쓰럽기 그지없는 피해자들이지만- 엠비씨의 보도도 너무나 침통하게 "과연 황우석 박사의 진실은 드러날 것인가" 로 끝나는 걸 보면 그게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이고 안타까운 사실인 것만은 사실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 속에서도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리라..

lounge 2005.12.15

냉정한 겨울

그 지독한 매혹으로 나를 혹사시켰던 세상, 매혹된 자로서의 나는 거의 소진되었다. 뚜렷한 깨달음이 겨울처럼 냉정하게 내 앞에 버티고 있다. 환멸의 방식으로 거칠게 응답했던 세월들이 이제 뒤에 남는다. 무섭고 외롭다. 김소연 시집 "극에 달하다" 서문 중에서 뭔가를 찾다 집어들게 된 시집. 쏟은 커피자욱이 선명한 책장을 넘겨보다 서문에 눈이 멎었습니다. 휴~ 겨울은 너무나 춥고.. "겨울처럼 냉정하게 내 앞에 버티고 있는" 깨달음도 나를 고드름마냥 얼려 똑똑 부러뜨릴 듯 춥고,.. 이리 무섭고 외로운 것은, 친구 말대로 단지 또 한해를 넘기는 일이 쉽지 않음인지.. * 예보대로 감기는 많이 나았는데, 그래도 찬바람이 시린 건 마찬가지이군요. 대체 날씨가 왜 이리 춥대요. 지하철앞에서 손두부 만들어파는 아줌..

lounge 2005.12.14

감기 조심하세요

나흘째 감기로 고생중입니다. 그냥 버티려다 빨리 떨쳐버려야하겠기에 병원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하였더니, 제정신으로 한 시간을 버티기가 힘들어 티비보기도 어려운 참입니다. 감기, 정말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뼛속을 파고드는 한기가 감기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표정을 보니 정말 추운 게 맞는 모양입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되겠습니다.., 란 일기 예보를 며칠에 한 번씩은 듣는 듯 한데... 올해 들어 가장 즐거운 날이 되겠습니다, 일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날이 되겠습니다, 문득 이런 예보를 생각해봅니다.

lounge 200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