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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학습

며칠 간 속 썩이던 문제의 답을 겨우 발견하였다. 속이 시원하다. 문제 분석에 적절한 지침과 결정적 힌트를 제공한 - 사실은 답을 다 갈쳐준 - 갑군에게 감사한다. 문제는 내가 어떤 분야에 대한 선행학습을 게을리한 탓으로 판명났다. 다른 것을 아느라 기출문제를 놓쳤다는 것이 갑군의 평이다. 그리하여 갑군은 내가 끝내지 못한 나머지 학습에 필요한 입문서 세 가지를 추천해주었는데, 추천에 대한 신뢰는 깊으나 값이 비싼 책들인데다가 뒤늦은 학습이 과연 유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어서 잠시 고민중이다. 그래서 나는 " 그냥, 요즘 상영되는 무슨무슨 영화를 보면 안돼?" 라고 물었는데 긍정의 대답을 들었다. 혹 이것에 함께 입문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면 함께 영화를.. 그런데, 아래 할리 데이빗슨을 탄 내모습이..

lounge 2005.12.12

♪ 김광석 '인생이야기' 중에서

김광석 '인생이야기', '노래이야기' 中에서... 누구나 어떤 나이가되면 그 나이에 어떤 상황이고 싶고 그 나이가 되면 난 뭘 하고 싶고 뭐 그런 바램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마찬가지겠지요. 있기는 있는데 뭐 어떻게 하면 될지도 잘은 모르지만 여하튼 되고 싶은 뭐 그런거 있습니다. 공연 시작하고 초반이었는데 같이 저녁 먹다가 물어봤어요. '환갑때 뭐하고 싶니?' 뭐 이렇게 물어보았더니 무슨 한적한 곳에 오두막을 짓고 한가롭게 살겠다는 친구도 있었고 회춘쇼를 하겠다는 친구도 있었고... 뭐하고 싶으세요? 환갑때... 어... 저는 환갑때 연애하고 싶습니다. 로맨스. 그냥 글자만 들어도 설레이지요. 로맨스. 코웃음 치지 마십시오. 뭐 그때까지 그렇게..

lounge 2005.12.11

파리를 동경하다.

yes24에서 주문상품이 도착했다.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없는 나는 주로 편의점택배를 이용하는데, 편의점 아저씨는 이번에도 신분증 확인없이 정확히 내이름을 발음하며 상자를 건네줬다. SNOWCAT in PARIS : 파리의 스노우캣 (양장) 안그라픽스 Charlie Haden & Pat Metheny - Beyond the Missouri Sky (Special Edition) (1CD+1DVD) Universal Miles Davis - Kind of Blue SonyBMG [DVD]은하철도999 극장판 박스세트 : 전세계 최저가 (2Disc YES24 독점 특가) DVD 애니 [DVD]오페라의 유령 SE (2Disc/ 디지팩) Beyond the Missouri Sky는 아마도 내가 태어나서 가장..

lounge 2005.12.10

긴 하루, 취중 넋두리.

긴 하루였습니다. 정말 어처구니없이 저지른 실수를 무마하려던 것이 생전 처음 받아보는 종류의 큰 오해로 자라나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버리고, 이 나이에 이토록 미숙한 것이 있구나를 처절하게 알아버리고...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 멍하니 있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쪽팔려서 절대로 말은 못하겠는데 너무 속상해서 위로가 필요해.. 라고. "적당한 위로가 있는데 말해줄까" 친구가 건넨 위로는 이랬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피디수첩만큼이야 하겠어" 그 말을 듣자, 피디수첩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정말로 위로가 되어버렸습니다. -.-;; 이전에 알던 선배 한 분을, 거의 십년만에 만났습니다. 만나지 못했던 세월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는 선배는 정말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소설가, 동화작가란 타이틀을 가..

lounge 2005.12.06

ù??

토요일 아침, 전화벨소리에 잠이 깨어 부리나케 울진으로 호출되었다 돌아오는 밤길에 첫눈을 만났습니다. 눈이 쏟아지는 고속도로위에선 차들이 눈앞에서 연이어 미끄러져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새로뽑은 황군의 차가 함부로 쳐다봤다간 상처받는다는 좋은 차였던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첫눈으로 내린 폭설이라니. 티비뉴스에서 보여주는, 첫눈의 무게 때문에 움푹 주저앉은 비닐하우스-폭풍에도 끄덕없었다는 꽤 튼튼한 지지대를 가진-며 축사들이 너무나 애처로워 보입니다. 마치... 첫사랑의 슬픔, 그 무게로 주저앉은 가슴팍처럼. 그 서늘한 생채기처럼. 율진에서 함께 했던 세 남자입니다. 서로에 대한 마음씀이 너무 애틋해서 옆에서 보는 처자를 참 머쓱하게 했던. (바닷바람이 차다며 옷을 ..

lounge 2005.12.05

이 정도 추위쯤이야..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된다는 오늘, 어디 숨었는지 절대 발견되지 않는 장갑찾기를 포기하고 집을 나서면서 생각보다 견딜 만한 날씨에 어깨가 좀 으쓱해졌습니다. 이 정도 추위라면 뭐.. 하면서요. 때이른 자만인가요? 한동안 괴롭히던 두통은 말끔히 가셨습니다. 푸념같은 글에, 문자로 전화로 "거들떠 보아준" 지인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런데 별다른 처방은 얻지 못했습니다. 단 하나의 처방이 있더군요. "찬바람을 쐬보세요" 바람. 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친근하게 접근합니다. 추운 겨울에, 바람 날려나 봅니다. 흐흐 벌써 12월입니다.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던 황지우 시인의 싯귀절-"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을 고만 털어버리고, 2005..

lounge 2005.12.02

11월의 나무

11월의 나무 /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 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view 2005.12.01

Open Up Your Heart and Let the Sun Shine In

자체적인 임상실험으로 성공해 본 적 있는 모든 요법-커피, 녹차, 쵸코렛, 아이스크림, 사탕, 활명수, 귤, 반신욕, 족욕, 온찜질, 언니의 호출로 인한 영양 보충, 조카의 마사지, 장시간의 수면 등등을 다 동원해도 며칠 간 떠나지 않는 두통 때문에 또다시 두통약을 입안에 털어놓고 우울해 있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흐려진 날씨조차 내린 비땜에 더 쪼글쪼글해진 기분에... 주문처럼 음악 한 곡을 되돌이해서 들어봅니다. "Saturday Morning Cartoons' Greatest"중에서 Frente의 Open Up Your Heart and Let the Sun Shine In입니다. (위의 열거한 방법 이외에 두통을 떠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시면 귀뜸을.... ) Mommy told me..

lounge 2005.11.29

애국심과 농부

쌀협상 비준안 국회 통과와 농민들의 잇단 분신과 사망, 황우석 교수에 대한 "애국 네티즌들"의 높은 목소리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쨍한 햇살에도 쌀쌀함이 감도는 오후입니다. 우리 시대 애국심이란 건, 왜 이렇게 한쪽으로만 흐르는지. 진중권씨의 말대로 애국심이란 것이 원래 "온통 이성없는 감성의 덩어리인 모양"인지. 엊그제는 오랫만에 사촌동생을 만났는데, 국비장학금을 받고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된 것에 대해, 오로지 탈한국을 하게 되어서 기쁠 뿐이라고 말하더군요. 탈한국... 아무런 부족함이나 아쉬움 없어 보이던, 고난의 단련 같은 건 평생 필요하지 않을 듯 하던 그가, 너무나 정치적이라는 대한민국 대학사회에 들어서면서 겪어온 맘고생이 그로하여금 "탈한국"의 환호를 지르게 했던 듯합니다. 떠날 수 있는 사람은..

lounge 200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