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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생각.

kalos250 2003. 6. 10. 09:49
새벽에 잠이 깼다.
프리랜서 생활에는 흔한 일이 아니다.
어제 오늘 잠을 설치는 일이 지난 주말에 본 <이도공간>이란 영화의 영향이라 생각된다. 마음의 준비없이 본 무서운 영화인데다, 장국영이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이니, 여파가 며칠은 갈 것이다.

스크린에 장국영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휴우 커다란 한숨 소리를 냈다.
感情所困無心戀愛世
"감정이 피곤하여 세상을 사랑할 마음이 없다" 라는 말을 남기고,
영화처럼  스스로 세상을 등져버린 선이 고운 얼굴의 배우.
그 소식을 듣고 나랑 동갑내기인 친구는
"우리 세대" 가 그와 함께 가버린, 그런 특별한 느낌이라고 했다.

씨네 편집장은, "우리가 그를 깊이 사랑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그 사랑의 기억은 분석과 평가의 영역 너머에서, 어쩔 수 없는 원체험으로 남아있다."고 말하고 있다. 장국영은 우리에게 그런 사랑의 대상이었다.

이도공간이 그러하고, 동사서독, 중경삼림, 열혈남아 등 인상적이었던 많은 홍콩영화에서  기억이나 뿌리, 근원에 대한 집착이 보이는 건 홍콩반환이라는 역사적 문제를 이슈로 가지고 있던 지역의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 역시 거칠게 말하면 기억을 다루는 듯 보인다.
여고괴담적이며 식스센스적이어서 편치 않게 영화를 보면서,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도피하면서 귀신으로부터 쫒기는 장국영에게 계속 "만나서 화해를 해야된다니까(여고괴담식으로)" 라는 주문을 계속 해댔고, 결국 그는 그렇게 해서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진, 어쩌면 비로소 행복할 수도 있을 (아닐 수도 있지만) 삶을 시작할 거처럼 보였다.
영화의 내용은 그러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으로 인해 청춘의 기억들을 한차례 꺼내보게 된 우리에게, 그는 한 때 "어쩔 수 없는"사랑을 보냈던 대상으로 남아있게 되었고. 우리는 좀 아스라하고 안타까운 슬픔을 느낀다.
"감정이 피곤하여 세상을 사랑할 마음이 없다" 는 그의 마지막 말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머리 속을 빙빙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