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넘는 자의 것이다
정 숙 자
가다가 길이 막히면 거기서부터가 산이다
산을 넘지 못하면 그 너머 길을 잇지 못한다
평지에 허리를 감춘 산은 압구정동 네거리, 거실 의자, 중환자실 침대 위에도 있다
산을 허무는 일이야 산을 일으킨 바람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혼자다
갈수록 비탈일 수밖에 없다
많은 이가 한 길을 함께 걸어도 그 길은 제가끔 다른 길이다
관점이 길을 바꾼다
지상에 난 모든 길은 관점으로 가는 길이다
산을 오래 타다 보면 사람도 산이 되는지 얼굴 어딘가 폭포가 숨고 이끼가 끼고 나비가 되
지 않는 벌레도 안고 키운다
전생을 건너온 발이 여기 발아된 그 순간부터 산이 매복하고 있었던 게다
많기도 하지
어디든 눈을 던지면 산이 산을 업고 또 기대고 있다
어둠이 다락같은 저 붉은 산들을 누가 다 넘어 갔을까
* 어둠이 다락같은, 때로는 평지에 허리를 감추는 일도 없이 엄연히 버티고 서서, '내가 바로 니가 가려고 선택한 길이야' 당당하기만한, 이제는 어쩐지 내 얼굴인 것만 같은, 산, 나의 산, 산들..
정 숙 자
가다가 길이 막히면 거기서부터가 산이다
산을 넘지 못하면 그 너머 길을 잇지 못한다
평지에 허리를 감춘 산은 압구정동 네거리, 거실 의자, 중환자실 침대 위에도 있다
산을 허무는 일이야 산을 일으킨 바람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혼자다
갈수록 비탈일 수밖에 없다
많은 이가 한 길을 함께 걸어도 그 길은 제가끔 다른 길이다
관점이 길을 바꾼다
지상에 난 모든 길은 관점으로 가는 길이다
산을 오래 타다 보면 사람도 산이 되는지 얼굴 어딘가 폭포가 숨고 이끼가 끼고 나비가 되
지 않는 벌레도 안고 키운다
전생을 건너온 발이 여기 발아된 그 순간부터 산이 매복하고 있었던 게다
많기도 하지
어디든 눈을 던지면 산이 산을 업고 또 기대고 있다
어둠이 다락같은 저 붉은 산들을 누가 다 넘어 갔을까
* 어둠이 다락같은, 때로는 평지에 허리를 감추는 일도 없이 엄연히 버티고 서서, '내가 바로 니가 가려고 선택한 길이야' 당당하기만한, 이제는 어쩐지 내 얼굴인 것만 같은, 산, 나의 산, 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