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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위한 연가 -미선, 효순이를 추모하며...

kalos250 2002. 12. 28. 13:49
(민족음악연구회 http://minum.or.kr에서 날아온 글과 음악입니다.)


미선, 효순이를 죽인 미군에게 무죄 판결이 났다는 신문 보도를 봤을 때,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미군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나에겐 뭘 할 수 있는 힘도 없고, 그럴 수 있는 처지도 못 되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무기력함을 느끼며 몇 주가 지났습니다.

어느 날 문득, 노래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해 나갈 수 없는 처지이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작지만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사는 한국민족음악인협회의 서정민갑 님이 썼고, 이후 작곡, 편곡, 미디 반주 제작, 노래 연습, 녹음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내가 이 노래를 쓰는 마음은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을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두 어린 학생의 죽음이 더 이상 헛되지 않게 하려면 이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그 동안의 상황을 보면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중요한 사건이 터지고 얼마 뒤 잊어버리곤 하던 예전과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우리의 마음을 모아 끈기 있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이 노래가 어떤 방식으로든 효순이와 미선이를 기억하고, SOFA 개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지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SOFA가 평등하게 개정되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 미군이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날까지 효순이와 미선이를 비롯해서 미군들에게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 신동일


"꽃을 위한 연가"

맑은 꽃 피었다지는 그 세월 지키지 못하는 햇살이라면
어린 꽃 짓밟아버린 그 발길 돌리지 못하는 바람이라면
꺾인 꽃 멈추지않는 그 눈물 머금지 못하는 빗물이라면

아아아 그대와 나, 차라리 우리
불이 되면 좋겠네 불이 되면 좋겠네
다시는 다시는 꽃진 자리
돌아서 한숨짓지 않도록
사랑하기에 미워할 줄 알고
미워하기에 용서할 줄 아는
뜨거운 불이 되면, 불이 되면 좋겠네
슬픔도 분노도 모오든 쇠붙이도 태워

오직 보드라운 흙가슴만
흙가슴만 남는 이 땅
오래오래 향기로운 꽃내음 지켜내는
이 땅의 불이 되면, 불이 되면 좋겠네

제작/작곡/편곡 : 신동일, 작사 : 서정민갑, 노래 : 김장용, MIDI : 김준성, 녹음/믹싱 : 이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