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
어머님과 호박국이 그리운 날이면
버릇처럼 한 선배님을 찾아가곤 했었지
기름기 없고 푸석한 내 몰골이
그 집의 유리창에 어른대곤 했는데,
예쁘지 못한 나는
이쁘게 단장된 그분의 방에 앉아
거실과 부엌과 이층과 대문 쪽으로
분주하게 오가는 그분의 옆얼굴을 훔쳐보거나
가끔 복도에 낭낭하게 울리는
그 가족들의 윤기 흐르는 웃음 소리,
유독 굳건한 혈연으로 뭉쳐진 듯한
그 가족들의 아름다움에 밀려
초라하게 풀이 죽곤 했는데,
그분이 배려해 준
영양분 가득한 밥상을 대하면서
속으로 가만가만 젖곤 했는데,
파출부도 돌아간 후에
그 집의 대문을 꽝, 닫고 언덕을 내녀올 땐
이유없이 쏟아지던 눈물.
혼자서 건너는 융융한 삼십대.
* 말하자면, 나도 "혼자서 건너는 삼십대"를, 푸석한 몰골로 살아가는 축에 속할 것이다.
어제 보고온 친구가 보여주는 "굳건한 혈연으로 뭉쳐진 듯한 가족의 아름다움, 이쁘게 단장된 방, 영양분 가득한 밥상" 같은 걸, 나는 "행복한 가족의 컨셉으로 찍은 CF 같애" 라고 표현하곤 했었지.
내가 눈물을 쏟거나, 초라하게 풀이 죽거나 하지는 않은 걸 보면,
아직 덜 푸석한 몰골이든지, 시인처럼 섬세한 감수성을 지니지 못하여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음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렇다면 다행한 일.
맛난 음식 먹고,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일이 마냥 반가웁긴 했어도,
그래도 아주 조금은 속으로 가만가만 젖어들기는 했던 듯,
오늘 비명에 간 시인의 시가 문득 함께 안쓰러워진다.
("융융한" 이란 단어를 첨엔 흉흉한으로 읽었다. ,
"혼자서 건너는", 그러나 "융융한" 삼십대"라니 ,
그래서 시인이고 시가 되는 거겠지 )
융융―하다(融融―)[형용사][여 불규칙 활용] 화평한 기운이 있다. ...¶화기(和氣)가 융융하다....
어머님과 호박국이 그리운 날이면
버릇처럼 한 선배님을 찾아가곤 했었지
기름기 없고 푸석한 내 몰골이
그 집의 유리창에 어른대곤 했는데,
예쁘지 못한 나는
이쁘게 단장된 그분의 방에 앉아
거실과 부엌과 이층과 대문 쪽으로
분주하게 오가는 그분의 옆얼굴을 훔쳐보거나
가끔 복도에 낭낭하게 울리는
그 가족들의 윤기 흐르는 웃음 소리,
유독 굳건한 혈연으로 뭉쳐진 듯한
그 가족들의 아름다움에 밀려
초라하게 풀이 죽곤 했는데,
그분이 배려해 준
영양분 가득한 밥상을 대하면서
속으로 가만가만 젖곤 했는데,
파출부도 돌아간 후에
그 집의 대문을 꽝, 닫고 언덕을 내녀올 땐
이유없이 쏟아지던 눈물.
혼자서 건너는 융융한 삼십대.
* 말하자면, 나도 "혼자서 건너는 삼십대"를, 푸석한 몰골로 살아가는 축에 속할 것이다.
어제 보고온 친구가 보여주는 "굳건한 혈연으로 뭉쳐진 듯한 가족의 아름다움, 이쁘게 단장된 방, 영양분 가득한 밥상" 같은 걸, 나는 "행복한 가족의 컨셉으로 찍은 CF 같애" 라고 표현하곤 했었지.
내가 눈물을 쏟거나, 초라하게 풀이 죽거나 하지는 않은 걸 보면,
아직 덜 푸석한 몰골이든지, 시인처럼 섬세한 감수성을 지니지 못하여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음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렇다면 다행한 일.
맛난 음식 먹고,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일이 마냥 반가웁긴 했어도,
그래도 아주 조금은 속으로 가만가만 젖어들기는 했던 듯,
오늘 비명에 간 시인의 시가 문득 함께 안쓰러워진다.
("융융한" 이란 단어를 첨엔 흉흉한으로 읽었다. ,
"혼자서 건너는", 그러나 "융융한" 삼십대"라니 ,
그래서 시인이고 시가 되는 거겠지 )
융융―하다(融融―)[형용사][여 불규칙 활용] 화평한 기운이 있다. ...¶화기(和氣)가 융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