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엘레지
김은정
바닷가에 앉는다
어제의 내일이었지 지난날의 미래였지 오늘
햇살의 기울기가 낮게 저 건너 산을 끌고 간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건 참으로 희망 아닌가
바람의 무게로 날리는 추억이 아직도 괭이질을 해대는 가슴
속은 차르르르 파도의 탄력을 붙잡는 갯바위의 손으로 가득
하다 이미 각오한 대로 하오의 시계바늘에 긁혀 진한 생피를
쏟는다 젊음의 반을 넘어가고 있는 해의 눈동자 안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한 쪽이 아프면 다른 한 쪽의 아픔은 잠시 생각을
바꾸어 쉰다 세상의 소금끼에 겉절은 일상이 인색하게 몸을
비틀며 구부린다 다정히 데리고 온 것도 갈 것도 없는 삶의
벌판은 그래도 모서리를 문질러 많이 부드러워졌다 서글픈 웃음
소리 알알이 당겨가는 그물 같은 하늘이 서쪽으로 쏟아지고
기억의 비탈에 다소곳이 붙은 소라고동 속으로 물결은 조심스럽다
일렁이는 파도의 그늘 아래 수궁가를 부르는 물새 까치발선
눈시울 그렁그렁 저물 무렵 해가 한지 자락처럼 얇게 젖는다
오래오래 무겁게 들고 있던 마음을 겨우 내려 놓으면
도도한 능선이 나의 가슴 안으로 걸어 들어와
발 끝으로 천천히 세상을 민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눈부시게 푸른 날,
빗금 간 토기 같은 삶들은 먼데 시선을 둔다
언제나 저쪽으로 괴는 눈길을 둔다
햇살이 시간을 노저어 가는 저 건너까지
저 너머 너머까지
*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 희망이 가득했을 열살 무렵
주인집이었던 엠마오 문방구 옥상위로 올라가
해가 기울어가는 해를 마냥 바라보던 적이 있다.
황홀한 하늘빛이 너무 예뻐 휴~ 한숨을 쉬는데
커다란 하늘이 가슴 안으로 끌려 들어오는 듯
가슴이 쏴해지며 눈물이 났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왜 슬퍼지는지 의아했지만
아무에게도 묻지는 않았다.
마치 나 혼자 풀어야할 생의 비밀인 듯.
황혼의 빛에 시선을 주어본 일이 아득하다.
나이가 드는 일이 뭔가를 더 알아가는 것인지 망각해가는 과정인지 알 수 없어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