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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나무

kalos250 2005. 12. 1. 19:14


     11월의 나무 /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 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