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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면봉주먹의 유래

kalos250 2002. 12. 19. 02:38
  <헝그리 면봉주먹의 유래>

     원래 동네 이름인 '수유리'란 조선시대 때 홍수로 인해 물이 마을을 덮쳤다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유래를 갖고 있슴다...그래서 제가 살던 동네에는 조그마한 둑이 제법 많슴다...제가 초등학교에서 훈민정음을 배우던 어느 날이었슴다...'나랏말싸미 뒹국에 달아...'를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오는데, 길 옆에 있던 둑에서 물이 새는 것이었슴다...
     저는 마을을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물이 새는 구멍에 손가락을 갖다 넣었슴다...하지만 물은 계속 새었고 구명은 조금씩 넓어져 갔슴다...처음에는 새끼 손가락으로 막았던 것이 중지, 검지, 엄지 손가락으로 바뀌어져 갔슴다..저의 손가락은 물에 퉁퉁 불기 시작했고 쥐가 나기 시작했슴다...
     그때 마을을 지나가시던 이장님이 저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했슴다...'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하지만 저는 휴지가 물에 젖으면 흐물흐물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물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면봉을 달라고 했슴다...이장님은 알았다고 하시면서 집으로 뛰어 갔슴다..이장님이 오기까지 구명은 계속 커져서 저는 주먹으로 막고 있게 되었슴다...곧 이장님이 면봉을 갖고 오셔서 구멍을 막아, 마을은 평온을 되찾게 되었슴다...
     혹시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중에서, '주먹으로 막고 있던 구멍을 어떻게 면봉으로 막을 수 있을까'하고 의문을 가질 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함다...하지만 저희 수유리에선 현재 유통되고 있는 면봉은 명봉축에도 못듬다...한 30년 묵은 대나무를 가지고 양 끝에 솜을 붙인 면봉이 되야 '이거 가지고 호신용으로 쓸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함다..50년 묵은 참나무로 만든 면봉 보셨습니까? 그것은 서커스에서 줄타기를 할 때 균형을 잡는 평형봉으로 씀다...여하튼...수유리에서 사용되는 면봉으로 둑에 난 구멍을 막을 수 있다는 건 사실이라는 말임다..
      이 일이 있은 후, 저는 마을을 구했다는 장한 어린이로 지명되어 상을 받게 되었슴다...그때 시상식에서 이장님은 제 주먹이 면봉과 같은 일을 했다며 '면봉주먹'이라는 작위를 수여했슴다...당연히 작위식에서 제 어깨와 머리에 갖다 대었던 것은 칼이 아니라 스뎅으로 만든 면봉이었슴다...
     그 이후 저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은 면봉만큼 굵은 팔뚝과 큰 주먹을 갖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되었슴다...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1년에 한번씩 문화행사를 갖게 되었음다..그때 나왔던 만화가 '주먹대장'이었슴다..또한 동네에서는 다시는 둑 때문에 물난리를 겪지 말자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후세에 알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판소리를 만들어 구전시켰다고 함다...그 판소리 제목은 바로 다음과 갔았슴다..'니 팔뚝 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