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nge

학교이야기

kalos250 2004. 10. 31. 12:21


인디다큐페스티발2004  "학교이야기 School Story"(감독 전경진)을 보았다.
용화여고라는 한 사립학교의 구조적 비리와 반교육적 학사운영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이다.

영화속에서는 너무나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이 울고 웃고 아파하면서,
도통 말이 안통하는 뻔뻔한 학교재단측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다.
영화 내내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나있는 그 싸움 주체의 순수함 때문에
영화를 보는 우리는 가슴이 시리고 눈물이 났다.
필름을 편집하면서 많이 운다는 감독의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일로는 별로 울어본 적이 없다는 감독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뻔뻔스런 어른들의 세상 이라는 단어가 내내 입속을 맴돌았다.
그 뻔뻔스러움의 내용은, 우리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익숙해있고 용인하고 있고 무감각해져있는
그런 것들일 것이다.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작가가 씨네21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살아 온 연륜이 있으면 그 연륜에 의해 누구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하지만 전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세월 동안 얻은게 과연 전수해야 할 진리들인가요
그저 살아가면서 잠정적으로 얻은 결론일 뿐이죠.
그걸 정답이라 할 순 없다고 봐요." - 씨네21 인터뷰 中 -

정답이 아닌 게 아니라, 이렇게 아주 엉망으로 나쁘게 틀린 답이기도 한 것을..
가난한 소시민의 모습으로 힘겹게 어른들의 세상을 살고 있는 나도
어른이라는 나쁜 족속에 이미 속하게 되었음이 새삼 슬퍼지고, 끔찍해지는 순간이다.

많은 어른들이 봤으면 좋겠고 (11월 3일 수요일 1시에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가 상영된다)
가슴이 건조해져 감동이 필요하다는 누군가에게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