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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2003. 7. 디카디카

kalos250 2003. 7. 5. 13:43



(TV에서 "옥탑방 고양이" 이라는 드라마를 본다.
싱그럽게 잘 생긴 남자와 별볼일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기엔 너무 예쁜 여자, 두 건강한 젊음이 빚어내는 시끌벅적 아기자기한 옥탑방의 소란스러움을 보고 있노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예전 어느 피디가 말했던  "가벼운 것으로는 날개를 만들 수 있다" 는 항변이 떠오르기도 한다)

내가 살았던 옥탑방이 떠오른다.
빨랫줄이 시원시원 뻗어있고 커다란 화분들이 많았던 넓쩍한 마당에선 북한산이 한 눈에 보여서, 자주  와아, 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오곤 했다 .
새벽에 눈이 번쩍 뜨이거나,  고즈넉한 시간 커다란 창문으로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전해지면  방문을 박차고 나올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의 하늘은 예외없이 아주 특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늘과 조금 가까워서일까, 살면서 잘 보지 못하던 무지개도 실컷 볼 수 있었으니, 나의 옥탑방 시절은 그렇게 다양한 하늘의 표정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 추웠던 겨울과, 고무호수로 지붕에 물을 뿌려대면 하얗게 김이 오르던 여름날들. 장마비라도 퍼부으면 시끄러워 잠을 못 이루던 밤의 기억 같은 것들도 남아있지만 말이다.

4층 옥탑에 위치해 있는 내 방을 향해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다보면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옥탑이라는,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아니하고, 덤으로 나중에 만들어지는 그 구조물처럼, 나의 삶의 자리 또한 덤으로 던져진 것이 아닐까? 미리 준비되지 못한, 아니 애초부터 허가 받고 등록되지 않은, 저 지상에 정당한 뿌리를 갖지 아니한 ....'

그리하여 특별했던 옥탑방 풍경 중의 몇 컷은 드라마속의 옥탑방 보다는 조금 무겁다.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이런 색감의 하늘은  그후론 한 번도 본 적이 없다.한 두 컷 렌즈를 들이대다가 소품으로 빌려놓았던 원피스를 꺼내 빨랫줄에 걸어보았다.현실에선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화사한 꽃무늬원피스가 비현실적인 풍경과 어울려보였다.
그것은, 세상의 하늘 아래 낮게 숨죽이며 웅크려 있던 나의 꿈 혹은 욕망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