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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동경하다.

kalos250 2005. 12. 10. 00:36


yes24에서 주문상품이 도착했다. 집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없는 나는 주로 편의점택배를 이용하는데, 편의점 아저씨는 이번에도 신분증 확인없이 정확히 내이름을 발음하며 상자를 건네줬다.

SNOWCAT in PARIS : 파리의 스노우캣 (양장) 안그라픽스  
Charlie Haden & Pat Metheny - Beyond the Missouri Sky (Special Edition) (1CD+1DVD) Universal  
Miles Davis - Kind of Blue SonyBMG  
[DVD]은하철도999 극장판 박스세트 : 전세계 최저가 (2Disc YES24 독점 특가) DVD 애니  
[DVD]오페라의 유령 SE (2Disc/ 디지팩)

Beyond the Missouri Sky는 아마도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자주 들었던 음반에 속한다. 심장을 멈춰버리고 싶을 만큼 다운되어 있을 때 이 거장들의 열정적인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 심장도 둥둥 공명하고 있음을 느끼곤 했으니까.
며칠 전 울진행의 기사였던 황군에게 이 음반을 선물로 주었다가
이 스페셜 에디션이 디비디를 포함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는 바람에 잠깐 고민끝에 또 주문을 하게 되었다. 요즘엔 뭐든 좋은 것들이 금방금방 품절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것들을 발견하면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사주고 싶은 사람도 여럿이 생각나 하나둘 세다가 그만 포기하기도 한다.

디비디 두 개와 마일즈 데이비스 음반은 솔직히 이벤트에 혹해서 샀다. 정말 싸다.
은하철도 999 극장판은 심지어 자신있게 전세계 최저가, 라고 명시되어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비싸서 위시리스트에만 넣어두었던 거였는데, 73% 할인이라니 기분이 좋다.

스노우캣 인 파리. 이책은 정말 이쁘다.
캐릭터가 더없이 매력적인 거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녀의 시선에 잡히는 파리의 풍경들-퐁피두센터, 마리 지구, 생 루이섬, 노트르담과 에펠탑, 오르세와 루브르, 몽마르트르, 피카소, 달리, 고흐, 뿐 아니라 아이스크림과 쇼콜라, 쵸코케익, 햇빛, 소나기, 까페 풍경들..-은 탄식이 나올만큼 너무나 아기자기하게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올 듯 그렇게 묘사되어 있다. 뛰어난 재능이다.

덕분에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도시 파리에 대한 동경은 마구 부풀어오르다... 한 지점에서 극에 달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책과 함께 배달되어온 팻과 챨리의 라이브공연이었다. 그것도 Missouri Sky 앨범의 곡을...(이 대목에서 나는 훙분을 감추지 못하며 얼마 전 파리를 다녀온 친구에게 전화를 해대고 만다 -.-)

그녀가 파리를 돌아다닌 그 방식으로 이 책을 찬찬히 야금야금 읽고나서 나는 꼭 해보고 싶은 일에 하나를 보태게 되었다.
물론 더없이 동경하게 된 파리를 방문하기. 한 번쯤은 스노우캣처럼 혼자서 어슬렁 어슬렁, 한 뻔쯤은 내 남은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동행하게 될 누군가가(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생길때 좀 더 오래 함께 깔깔거리며 빈둥빈둥...
음.. 불어를 배워야할꺼나..

문득 사진작가 이모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하경이 넌 그래서 안돼.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서.."
그치만.. 다들 그렇게 살지 않나...
길을 가다 넘어지게 되는 건 큰 바위가 아니라 작은 돌에 걸려서인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손털며 일어나게 만드는 건, 큰 목표나 원대한 꿈보다는 눈앞의 좋은 풍경 혹은 일상의 작은 꿈들 쪽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