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nge

통점, 굿바이 솔로

kalos250 2006. 5. 3. 09:45
우리 몸의 온갖 통점들, 신경세포들의 감도 -sensitivity-를 조절할 수 있으면 어떨까. 그래서 아프거나 슬플 땐 센서를 낮춰서 미미하게 느끼게 하고, 컨디션이 좋거나 행복을 느낄 땐 감도를 높여서 증폭되게 하고... 얼마나 좋은가.
감정전달을 몸안에 장착된 칩셋으로 하는 실험도 이뤄지는 걸 보면 이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유비쿼터스가 고도로 발달한다는 2020년도에는 혹 가능하지 않을런지.

한의원에 다니며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H양과 J양이 적극 추천한 드라마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두통 때문에 다른 일을 하나도 할 수 없어 매트위에 노트북을 펴놓고 누워서 다운받아놓은 16편을 이틀만에 다 봐버렸다. 그림이 이쁘고 회상 장면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스토리 전개가 약간 느슨해서 통증을 잊기엔 2% 부족한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가기 힘든 시간을 견디는 데는 나쁘지 않았다.)

노희경 극본의 " 굿바이 솔로" 는 온통 징징거림으로 가득한 드라마다.
매력있는 캐릭터들이 자신의 상처들을 온몸으로 드러내면서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어하고, 그렇게 이해하고 사랑해가는 이야기.
착한 그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환부가 맞딱뜨리는 나날의 삶에서 드러나면서 반응하는 감도는 매우 높아서 나는 그 센서를 좀 낮춰주고만 싶었다.
그러면 삶이 좀 더 수월해질 텐데.
세상 사람 누구나에게 가장 힘들 때 뒤에서 안아줄 사람 한 사람이라도 있기를 소원한다는 나레이션을 들으며 왜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해 받고 싶어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배종옥이 민호를 보며 "젊어서 힘들겠다" 고 독백하는 걸 보곤 '난 안 젊은데 왜 힘들지" 라는 생각도 했고, 민호가 남쪽 섬에서 생활하는 걸 보며 '난 사진 찍을 줄 아니까 나도 섬에서 살 수 있겠다. 그림 잘 그리는 남자를 함 찾아볼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기서 살려면 자전거도 잘 타야하고 게다가 나는 젊지가 않잖아' 라는 생각을 해내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

올 봄엔 꽃 향기도 제대로 맡아보지 못했고(코가 막혀있으니 정말 아무 향기도 안난다. 그 진하다는 라일락도). 벼르던 한강 인라인 로드도 가지 못했다.
2006년 봄날이 이렇게 가고 있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다.
지금의 통증이 한의사 표현대로 확 가라앉고 가벼워지면, 먼 남쪽 섬은 아니어도 이 나라 남쪽 섬에 가려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