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니, 내 맘대로 술판을 벌여봅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냉장고에 있는 흑맥주를 꺼내 홀짝 홀짝 마시는 중입니다.
그래서 가슴속엔 찬 맥주가 찰랑거리고
뇌세포 전두엽쪽에 알콜 기운이 전해지는지 감정상태가 약간 과잉되고
몸의 마디마디를 연결하는 고리들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기분...
모 별일은 아니구요, 그렇다고 엄살을 부리고 싶어서도 아니고,
그저 잠이 안오는 참에, 냉장고에 맥주가 한 병 있었던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아니 어제는 국민이 뽑은 노무현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날이니, 축하주 한 잔 있어야겠고...
이에 즈음하여 씌여진 글 하나 옮기고 갑니다.
앞의 글 인용은 필자가 5년전 김대중 정부의 취임 때 썼다는 글이군요.
*********************************************
..... 비행기는 라이트형제가 만들었다. 문제는 라이트형제가 비행기의 원리를 발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행기를 공중에 부상하게 하는 양력의 원리는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이미 오래전에 규명되어 있었다.
왜 잘난 과학자들이 비행기를 발명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자전거포나 운영하던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만들었을까? 스미소니언 협회 회장이던 랭글러박사가 만든 비행기는 왜 이륙하자 말자 호수로 추락하고 말았으며, 학교도 못나온 라이트형제의 비행기는 어째서 이륙하는데 성공하였나?
당시 과학자들은 비행기가 공중에 뜨기만 하면 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다. 이것은 오늘날 좌파들의 혁명만 하면 된다는 낭만적인 견해와 같다. 랭글러박사의 비행기는 뜨기는 하지만 곧장 추락한다. 왜? 조종기술이 없기 때문에.
문제는 비행기가 뜬다는 신념이 아니라 허공에서 비행기를 제어할 수 있는 테크닉이다. 좌파들의 문제는 비행기가 뜬다는 이론적 확신은 있으나, 비행기를 제어하는 테크닉이 없는 것과 같다. 라이트형제는 비행기가 아니라 실은 풍동 실험장치를 발명한 사람이다. 거기서 테크닉을 얻은 것이다.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명백히 갭이 있다.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미지의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숨은 플러스 알파를 잡아채지 않으면 진보는 언제나 실패한다.
과학자들은 비행기가 추락하니까 『아하! 이론에 결함이 있구나!』 하고 날이면 날마다 이론을 점검했다. 자전거수리공 라이트형제는 무식해서 이론을 검증할 능력이 없었다. 라이트형제는 과학자들이 빌려준 책을 얻어보고 그 이론을 백프로 믿어버렸다. 왜? 이론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믿어버리는 수 외에 다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실은 이론에 결함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접근방법에 원초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좌파들은 그걸 알아채야 한다. 이론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당파성 싸움 그거 백날 벌여봤자 답 안나온다. 완벽한 이론? 그런거 원래 없다. 오만과 몽상이다.
진보가 안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다. 한번도 안해봤기 때문에 안되는 거다. 그러므로 단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발을 내딛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랭글러박사는 『아하! 이론에 결함이 있구나!』 해서 포기했지만, 이론을 몰랐던 라이트형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날마다 실험했다. 그들은 처음 바람에 띄우는 연에서, 글라이더로, 비행기로 조금씩 진보했던 것이다.
정권교체란 조금 해보는 것이다. 조금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조금도, 반만년 역사이래 한번도 안해본 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보니까 되더라는 경험이다. 완벽한 이론? 당파성 논쟁? 진지전? 해방구? 다 필요없다. 시행착오 겪으면서, 단계적으로 오류시정 해가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거다.
지금 우리는 비록 작게 시작하지만, 이제 한 번 해본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할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적 한계이다. 혁명을 이해하기 앞서 먼저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 이 약하디 약한 인간이라는 존재 말이다.
콜럼부스는 그냥 서쪽으로 갔다. 알고 간건 아니다. 실은 모르고 간 것이다. 그가 갔으니 모두가 간 것이다. 그가 가지 않았다면 아무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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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5년하고 50일이 지났습니다. 노무현당선자의 취임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군요. 5년만에 우리는 다시 새로운 처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때때옷, 꼬까옷, 설빔 골라입고 마음도 경건하게 차례상 앞에 나란히 섰습니다.
그 5년 사이에 조선일보도 마지 못해 가로쓰기를 채택했군요. 그러나 조선일보는 많이 퇴행했습니다. 15년전의 조선일보는 한글 가로쓰기를 앞장서서 주도하지는 못해도, 가로쓰기를 할까말까 하고 독자들의 여론을 떠보는 척은 할 정도로 사꾸라로 진보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아주 내놓은 수구꼴통이 되어 있습니다. 뭐 그래도 나름대로 변절 문부식도 끌어오고, 콩기름 진보는 열심히 하겠지만요.
5년 전에도 그넘의 조선일보가 문제였듯이, 5년 후에도 빌어먹을 조선일보가 문제일 것입니다. 언론개혁? 아마 잘 안될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5년간 조선일보를 집요하게 갈구어서 수구꼴통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인간은 잘한다 잘한다 하고 칭찬해주면 잘합니다. 못한다 못한다 하고 갈구면 진짜로 못합니다. 조선일보? 『너희들 수구야!』 하고 갈구면 진짜로 수구가 됩니다. 조선일보를 5년간 갈구면 정권을 획득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난 5년간의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입니다.
김대중대통령이 많은 부분에서 실패했다고요? 그래도 우리는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의 정치적 자산이라는 점입니다. 설사 많은 부분에서 실패였다 해도 그것이 적들의 실패가 아닌 우리의 실패이기 때문이지요.
랭글러박사는 한번에 뜨는 완벽한 이론을 꿈꾸었지만, 라이트형제는 천번의 어려운 실험에 도전했습니다. 무수하게 실패하면서 하루에 한걸음씩 진보한 것입니다. 노무현정권의 승계로 하여 김대중정권의 실패한 부분까지도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노하우라는 형태로 우리의 정치적 자산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만큼 더 강해진 것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길도 모르고 갔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주저했고 많은 부분에서 망설였습니다. 시행착오의 경험을 얻었기 때문에 이제는 길을 알고 갑니다. 지난 5년간 우리가 일구어온 성과가 결코 작은 것은 아니라고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지난 5년간 우리의 싸움을 돌이켜 봅니다. 자랑스러워 해도 좋습니다. 이 작은 전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안다면 말입니다. 하여간 저는 상고나온 노무현이 자전거포 하던 라이트형제라고 믿고 있습니다.
---- 서프라이즈, 김동렬(2003. 2. 19)
잠이 오지 않아서 냉장고에 있는 흑맥주를 꺼내 홀짝 홀짝 마시는 중입니다.
그래서 가슴속엔 찬 맥주가 찰랑거리고
뇌세포 전두엽쪽에 알콜 기운이 전해지는지 감정상태가 약간 과잉되고
몸의 마디마디를 연결하는 고리들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기분...
모 별일은 아니구요, 그렇다고 엄살을 부리고 싶어서도 아니고,
그저 잠이 안오는 참에, 냉장고에 맥주가 한 병 있었던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아니 어제는 국민이 뽑은 노무현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날이니, 축하주 한 잔 있어야겠고...
이에 즈음하여 씌여진 글 하나 옮기고 갑니다.
앞의 글 인용은 필자가 5년전 김대중 정부의 취임 때 썼다는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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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는 라이트형제가 만들었다. 문제는 라이트형제가 비행기의 원리를 발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행기를 공중에 부상하게 하는 양력의 원리는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이미 오래전에 규명되어 있었다.
왜 잘난 과학자들이 비행기를 발명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자전거포나 운영하던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만들었을까? 스미소니언 협회 회장이던 랭글러박사가 만든 비행기는 왜 이륙하자 말자 호수로 추락하고 말았으며, 학교도 못나온 라이트형제의 비행기는 어째서 이륙하는데 성공하였나?
당시 과학자들은 비행기가 공중에 뜨기만 하면 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다. 이것은 오늘날 좌파들의 혁명만 하면 된다는 낭만적인 견해와 같다. 랭글러박사의 비행기는 뜨기는 하지만 곧장 추락한다. 왜? 조종기술이 없기 때문에.
문제는 비행기가 뜬다는 신념이 아니라 허공에서 비행기를 제어할 수 있는 테크닉이다. 좌파들의 문제는 비행기가 뜬다는 이론적 확신은 있으나, 비행기를 제어하는 테크닉이 없는 것과 같다. 라이트형제는 비행기가 아니라 실은 풍동 실험장치를 발명한 사람이다. 거기서 테크닉을 얻은 것이다.
이론과 현실 사이에는 명백히 갭이 있다.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미지의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숨은 플러스 알파를 잡아채지 않으면 진보는 언제나 실패한다.
과학자들은 비행기가 추락하니까 『아하! 이론에 결함이 있구나!』 하고 날이면 날마다 이론을 점검했다. 자전거수리공 라이트형제는 무식해서 이론을 검증할 능력이 없었다. 라이트형제는 과학자들이 빌려준 책을 얻어보고 그 이론을 백프로 믿어버렸다. 왜? 이론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믿어버리는 수 외에 다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실은 이론에 결함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접근방법에 원초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좌파들은 그걸 알아채야 한다. 이론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당파성 싸움 그거 백날 벌여봤자 답 안나온다. 완벽한 이론? 그런거 원래 없다. 오만과 몽상이다.
진보가 안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다. 한번도 안해봤기 때문에 안되는 거다. 그러므로 단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발을 내딛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랭글러박사는 『아하! 이론에 결함이 있구나!』 해서 포기했지만, 이론을 몰랐던 라이트형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날마다 실험했다. 그들은 처음 바람에 띄우는 연에서, 글라이더로, 비행기로 조금씩 진보했던 것이다.
정권교체란 조금 해보는 것이다. 조금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조금도, 반만년 역사이래 한번도 안해본 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보니까 되더라는 경험이다. 완벽한 이론? 당파성 논쟁? 진지전? 해방구? 다 필요없다. 시행착오 겪으면서, 단계적으로 오류시정 해가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거다.
지금 우리는 비록 작게 시작하지만, 이제 한 번 해본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할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적 한계이다. 혁명을 이해하기 앞서 먼저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 이 약하디 약한 인간이라는 존재 말이다.
콜럼부스는 그냥 서쪽으로 갔다. 알고 간건 아니다. 실은 모르고 간 것이다. 그가 갔으니 모두가 간 것이다. 그가 가지 않았다면 아무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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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5년하고 50일이 지났습니다. 노무현당선자의 취임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군요. 5년만에 우리는 다시 새로운 처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때때옷, 꼬까옷, 설빔 골라입고 마음도 경건하게 차례상 앞에 나란히 섰습니다.
그 5년 사이에 조선일보도 마지 못해 가로쓰기를 채택했군요. 그러나 조선일보는 많이 퇴행했습니다. 15년전의 조선일보는 한글 가로쓰기를 앞장서서 주도하지는 못해도, 가로쓰기를 할까말까 하고 독자들의 여론을 떠보는 척은 할 정도로 사꾸라로 진보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아주 내놓은 수구꼴통이 되어 있습니다. 뭐 그래도 나름대로 변절 문부식도 끌어오고, 콩기름 진보는 열심히 하겠지만요.
5년 전에도 그넘의 조선일보가 문제였듯이, 5년 후에도 빌어먹을 조선일보가 문제일 것입니다. 언론개혁? 아마 잘 안될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5년간 조선일보를 집요하게 갈구어서 수구꼴통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인간은 잘한다 잘한다 하고 칭찬해주면 잘합니다. 못한다 못한다 하고 갈구면 진짜로 못합니다. 조선일보? 『너희들 수구야!』 하고 갈구면 진짜로 수구가 됩니다. 조선일보를 5년간 갈구면 정권을 획득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난 5년간의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입니다.
김대중대통령이 많은 부분에서 실패했다고요? 그래도 우리는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의 정치적 자산이라는 점입니다. 설사 많은 부분에서 실패였다 해도 그것이 적들의 실패가 아닌 우리의 실패이기 때문이지요.
랭글러박사는 한번에 뜨는 완벽한 이론을 꿈꾸었지만, 라이트형제는 천번의 어려운 실험에 도전했습니다. 무수하게 실패하면서 하루에 한걸음씩 진보한 것입니다. 노무현정권의 승계로 하여 김대중정권의 실패한 부분까지도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노하우라는 형태로 우리의 정치적 자산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만큼 더 강해진 것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길도 모르고 갔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주저했고 많은 부분에서 망설였습니다. 시행착오의 경험을 얻었기 때문에 이제는 길을 알고 갑니다. 지난 5년간 우리가 일구어온 성과가 결코 작은 것은 아니라고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지난 5년간 우리의 싸움을 돌이켜 봅니다. 자랑스러워 해도 좋습니다. 이 작은 전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안다면 말입니다. 하여간 저는 상고나온 노무현이 자전거포 하던 라이트형제라고 믿고 있습니다.
---- 서프라이즈, 김동렬(2003.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