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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자, 박찬호..

kalos250 2006. 6. 17. 14:11


훌륭한 그림 작품을 보면, 우리는 화가의 인생을 생각한다.
그래서 렘브란트나 고흐의 작품은 더욱 깊숙이 마음을 움직인다.

스포츠는 어떨까.
모르긴 해도 멋진 스포츠 경기도 선수들과 감독 등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일 수는 없을 것이다.

토고전에서 선취골을 넣었던 카데르 쿠바자 선수의 뒷모습을 본다.
2:1로 역전당한 경기가 그대로 종료되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는 쿠바자.
그의 손을 잡고 위로를 건내는 우리의 이영표선수.
운동장이 온통 뻘겋던 건, 불법체류를 우려한 독일측의 비자발급거부로 응원단이 입국거부를 당한 탓이라 했다. 그곳에서 남의 나라 국가만 두 번을 들으며 경기했던 그들의 패배..( 우리의 승리가 기쁘고 다행한 일이긴 해도) 좀 쓸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토고의 축구협회가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당을 계속 착복해왔다는 얘기가 들린다. 월드컵 관련 수당이라도 받아야 식구들을 먹여살릴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수당지급을 요구했던 선수들에 '양심도 없다'는 비난을 언론들은 쏟아붓고, 선수들 편에 섰던 감독은 심지어 경기 일정 중에 사퇴를 했다 번복하고..

나는 스포츠 경기를 잘 즐기는 편이 아니다.
일단 (난 이것을 B형의 특성일 지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복잡한 룰이나 규칙을 별로 안좋아하는데다 무엇보다 마음이 졸여서 잘 못본다.
물론 축구처럼 힘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스포츠가 주는 매력을 부정하진 못하지만,  
특히나 비중이 큰 대회 같은 걸 보고 있자면, '휴, 저거 지면 어째... 실수라도 하면' 하는 생각 때문에 맘이 편치가 않다.
어쩌면 스포츠를 몰라서 그냥 그 나름의 매력에 심취하지 못하는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축구 게임 자체보다 그 선수들이 먼저 보여서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미국 동부에 사시는 신선배(앞으론 선배님이라고 불러야지. 신이사님, 이런 호칭은 너무나 안올린다.)님과 엠에센으로 얘기를 나누는 중에 박찬호 선수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고전이 있는 날, 그는 빅리그 통산 110승을 달성했다는데, 월드컵 소삭에 묻혀서인지, 그의 이름도 보지 못했다.
선수로서는 유독 굴곡을 많이 겪었던 박찬호에게 보내는 신선배님의 꾸준하고 전폭적인 응원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팬의 기본 자세"일 뿐이라 하지만, 내가 신선배님을 좋아하는 이유의 하나가 이런 항상심이고, 어쩌면 이 분도 게임 자체보다 선수가 먼저 보이는 그런 류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