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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화가의 우연한 시선>

kalos250 2002. 11. 13. 17:45



오는 길에 서점에나 들러야겠다, 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서는데 우편함에서 꽂혀있는 갈색봉투를 발견했다.
우편물을 뜯어보는 기분은 언제나 설레임이다. 얼마 전에 이벤트 선물로 받은 동물원 면티도 그러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라는 메세지가 무색하게 엉성한 흰색의 얇은 반팔티에다 사이즈도 XL였지만, 하루 종일 그로 인해 즐거운 기분이었다.
아무튼... 버스안에 앉아 봉투를 뜯어보았더니, 지친 영혼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같은 빛깔의 표지(이건 모네의 수련연못인데, 오늘 새벽에 읽었던 소설에서 면담실에 걸려 있던 그림이 바로 모네의 수련이었다.)위에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따라간 시인의 정갈하고 단아한 눈빛과 섬세하게 아름다운 얼굴선이 눈에 들어온다. (ㅋㅋ 이 저자사진을 찍은 사람 이름을 확인해보시라)

"그림을 보는 지금 나를 숨막히게 하는 건 바로 그 시선이다. 누군가, 언젠가 그녀를 쳐다보았겠지. 그토록 사랑스럽게 그토록 뜨겁게.... 그런 애틋한 시선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살아 있다는 것의 기쁨과 허망함이 내 안에서 교차된다. 아쉽고도 안타까운 순간이다. 이 그림의 모델은 누구였을까? 그러나 지금은 그녀도 죽고 그도 죽고... 오로지 화가의 따뜻하면서도 잔인한 시선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표지의 글 중에서..

그래서, 오늘은 이 화가와 시인의 시선을 따라, 이 매혹적인 그림과 글에 푹 빠져 보려한다. 이 조용한 겨울날의 마른 나뭇잎같은 평화를 맘껏 즐기면서... 이제 모니터 앞을 떠나 책장을 넘겨봐야겠다.

<화가의 우연한 시선> -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 돌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