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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를 기다리며...

kalos250 2003. 3. 28. 20:53
며칠간 감기 때문에 발목이 잡혀 두문불출하던 차에 호출이 왔다..
국화꽃 향기 보러가자는....
그렇게 해서 찾은 극장은 텅비어 있어서 "언니를 위해 전세를 냈지"라는 말을 듣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영화는 피식 웃음이 나올만큼 상투적이었고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순간 슬로우모션이 시작되고, 그녀가 놓친 동전은 천천히 그의 발밑에 와서 정지하는 식의) 디테일은 무리하게 엉성했으며, 대사는 어설펐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스무살 그 나이의 젊음이란 게 대개 어설프기 마련이고, 최루성 멜로란 건,  본질적으로 유치할 수 밖에 없음이니...
심히 건조한 날,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믿고 싶은 사람들은  비디오를 빌려보아도 나쁘지 않을 듯.

"저런 순수한 남자란 절대 있을 수 없지"
"저렇게 멋진 (시)어머니가 어떻게 있을 수 있어?"

환상을 가지기엔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대화가 이렇긴 했지만,
비록 우리가 가지지 못했고 우리 눈엔 보이지 않더라도, 이 지구 어디선가엔 눈에 띄지 않게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다.
믿음이란 현실과는 다른 것이니....

알라신이 제일 강하다고 믿고 싶어하던 문헌정보기술의 이모 선배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어젯밤 메신저를 통해 날아온 메시지

"알라신이 제일 강한 것 같아요...  지금은 사막의 모래바람 정도지만 좀 있으면 지니가 나타날 거예요."

믿음이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