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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부러워라

kalos250 2002. 11. 28. 14:56
"소형차에 냉장고를 실었다고 생각해봐... "
조금만 작업을 하려해도 화면이 확 날라가 버리는 컴 때문에 속상해하는 내게 친구가 한 말이다. 그러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인 잘 못 만나 고생한 컴을 원망하지 말고 여유롭게 생각하라는 뜻이다.
결국 고민끝에 새컴을 장만하기로 결정을 하고 누나에게 보탬이 되겠노라 자원한 동생에게 컴구입을 일임하고나니 마음이 좀 여유로워졌다.
청소를 했다. 이번 감기는 아무래도 청소를 게을리한 탓일 거 같아서 쌓여있는 일들을 잠시 접어두고,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는 책들을 정리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내가 시를 썼다고는 하지만 내 나이 스물여덟 살에 무슨 시를 썼겠는가? 모름지기 시인은 수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오랜 산고 끝에 아이를 낳는 임산부의 고통, 창문이 바람에 달가닥거리는 방에서 죽은 이를 위해 지새는 밤샘, 도시의 아침에는 꽃이 어떤 모습을 하고 피어나는지 등등을 경험해야 한다. 그러나 경험만으로는 시인이 될 수 없다. 마도로스만큼이나 경험을 많이 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모든 마도로스가 다 시인은 아니니까. 시인은 경험을 잊을 줄 알아야 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잊고 잊어 잠잠해지면 시의 첫 구절이 마치 우연인 것처럼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나도 벌이 꿀을 모으듯 경험을 모아 일흔 살쯤 되면 열 행쯤 되는 좋은 시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청소를 하다가 문득 생각난 릴케의 말이다.
나는 이 글이 참 좋다. 나는 시인도 아니고, 앞으로도 시인이 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지만, 현재 일상에서 경험하는 경험들, 때로 아픈 고통들이 부드럽게 소화되도록 토닥토닥 어루만질 수 있게 되는 느낌.

디자인도 그렇게 해야하는 건데.
필요한 데이타를 잔뜩 입력한 다음 그걸 다 잊고 있어 잠잠해질 때쯤 우연인듯 떠오르는 영감으로 붓대신 마우스를 잡을 수 있다면 정말 명작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