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 온 지 벌써 한달이 넘었습니다..
처음 밟아보는 미국땅, 미국 사람들, 그 안의 삶의 모습들을 ' 이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군, 신기할세' 중얼거리며 기웃거리던 시간들입니다.
그러다 며칠 전 미국 동부에 사시는 분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진짜 미국적인 걸 보려면 알리바마나 미시시피 같은 곳엘 가야한다구요.
덕택에 내가 보는 단편적인 풍경들로 미국적인 것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이 참으로 불가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근황이 궁금하다는 분의 말씀이 있어, 모처럼 동생이 찍어준 제사진 한장 올립니다.
세계 최대의 꽃씨 생산지로 유명한 롬폭 밸리 부근의 해안이지만, 심한 모래바람을 제외하면 우리 동해안의 어느 바다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더군요.
하긴, 꽃의 이름이 인간들이 편의상 붙여놓은 것일 뿐이라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태평양의 저쪽의 바다 풍경 역시, 그 이름과 상관없이 지구라는 별에 있는 바다의 자그마한 일면인 뿐인 것이겠지요.
* 얼굴이 좀 이그러져 있는 것은 심한 모래바람 때문입니다. 잠시 해안을 뛰어다니다 보니, 입안에 귓속에 눈에 얼굴에, 모래가 하루 종일 서걱이더군요. 황지우 시인의 싯구가 생각났습니다.
"...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
'뼈아픈 후회'를 묘사한 사막의 풍경이 참 리얼한 것이었더군요. 아니면 시인이 될 수 없는 제 상상력의 한계로 인해 그 느낌이 이제야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구요.
조금 어릴 때, 사막을 노래한 그 많은 시들의 저자들이 정말 사막을 다 체험한 것일까, 아니면 단지 사막이라는 것의 이미지를 가져다 쓰는 것일까 궁금해했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