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예술가, 화가이자 데생 소묘 화가인 '모니끄 마르땡'이 그린 64페이지의 연필화 스케치.
어느 가족이 바캉스를 더나며 길에 버린 개 한마리의 방황을 한마디의 텍스트도 없이 묘사했다.
얼마 전 친구와 함께 교보엘 갔다가 두터운 미술책 사이에 끼인 얄팍한 흑백의 책을 발견했다. 나를 위해 쬐금 삐져나와있지 않았다면 절대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었다.
책을 펴들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물론 몇 장 되진 않았지만-정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활자 한 자 없이 넓은 여백과 간략한 선만으로 전해오는 강렬한 느낌..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충격이었다.
그렇게 작은 책에 머릴 박고 있는데 딴 코너의 책을 보던 친구가 와서 내손에 들린 책을 보고는 반가워했다.
친구는 몇 해전 일본에 갔다가 그 책을 보고 반해서 사가지고 왔었다고 했다.
오늘, 며칠 째 일 때문에 전화며 멜로 수신되는 여러 사람들의 그 많은 말들에 지쳐 이 책을 펴들었다가 고마운 이가 생각나서 인터넷 서점을 찾았다.
그런데 주로 가는 서점 둘 다에 책은 없다. 교보엔 남아있을지.
그냥 내 책을 줄까 하다 말기로 한다.
내 손을 떠나보내기도 싫고,
방금 전엔 나에겐 별 필요가 없어진 책을 누군가에게 주겠다고 호언을 했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야 그걸 딴 사람에게 벌써 준 것이 생각나 다시 주문을 해야했다. -.-
어쨌든.. 멋진 책이다. 혹 교보에 들리실 일 있으면 강력추천!!
사실 나도 이 책의 멋스러움을 닮은 사람이고 싶은데.
넓은 여백, 간략한 선, 긴 여운, 담백한 빛깔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