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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2 - 살다보면...

kalos250 2005. 3. 24. 21:45
이전에 은수가 왜 상우를 떠났느냐고, 사랑이 정말 변한 거냐고 내게 묻는 인간들이 있었는데,
사실 내게 더 인상적이었던 건 그들의 이별보다 벛꽃 날리던 그들의 재회였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사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그 씬에서 상우의 시선은 은수의 시선 너머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 이 영화가 떠오른 건, 어떤 깨달음이 터무니 없이 뜬금 없이 내게 왔던 때문인데,
상우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건 은수가 아니라 "변하지 않는 사랑" 이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떤 세월의 한 강을 건너온 상우는 그걸 알아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종종 내게 상처를 주는 이들이 있다.
사랑했던 사람일수도 있고, 희망을 주던 정치가나 혁명가, 학자일수도 있으며, 감동을 주던 예술가나 멋진 이상형을 보여주던 연예인일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슬프고 서럽고 분노에 차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그 분노의 대상은 어떤 특정인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싶었던 것, 영원히 품고 싶었던 것들을 포기하기 싫어서인 경우가 많고, 그리하여 그러한 상처는 다른 대상을 찾음으로써 쉽게 치유되기도 한다.

뭐 써놓고 보니 모두 다 아는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다 하면 할말이 없긴 하지만,
삶의 깨달음이란 것이 크건 작고 사소한 것이건
다 그렇게 내게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시에도 이런 귀절이 있다.

" 내게만, 내게만입니다
  그리하여 진실된 삶이며 사랑도 내게만 주어지는 것이리라
  아주 이기적으로 좀 밝아지는 것이지요."
  --  김경미,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