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nge

기억이 사랑보다 더 **이유

kalos250 2003. 11. 7. 14:29



요즘은 사진현상술이 뛰어나서 그런지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중 빛이 바래거나 퇴색한 사진들은 별로 없는데요, 다만 사진첩위로 얇게 깔린 먼지도 때론 다정스러운 법이지요.  
문득문득 사진첩을 뒤적입니다.
어젯밤도 그러고 있는데 아빠가 들어오셨어요.
제가 넘기던 사진첩을 건네받으시더니 흐흐흐...도 아닌 한글로는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시는 거에요.

얘가 너야,,,,,,,,,,,,,, 얘가 언니고,,,,,,,,,

얘가 나인 걸 또 다른 얘가 언닌 걸 아빠나 나나 왜 모르겠어요.
뭔가 상념에 잠기시는 것도 같았고...침묵도 흐르고...

지난 번 봄 엄마가 제주도에 다녀오셨을 땐 문득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옛날 옛날 제가 사진속의 나이였을 때 아빠는 제주도에 계셨더랍니다.
어떤 분과 성산 일출봉엘 가셨는데  난데없이 그분이

...님 저기 바위보이시죠? 제가 저기까지 헤엄쳐 가보고 올게요.

그러면서 물살을 가르며 어느덧 거기 바위에 털썩 올라 앉으시더니 막 손을 흔드시더래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래요.  
그 사람도 좀 찾아봐야 할텐데... 그러시더라구요.
요즘도 아빠 친구분들과 전화통화를 끝내실 땐 아빠가 꼭꼭 당부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건강 조심하라구, 우리 나이에 건강밖에 더 있나...

머얼리 고단한 세월의 강을 건너오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날이 점점더 흐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