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슨무슨 여행 2를 낸 아무개 선생에게 전화했다. "김규항니다." "아, 오랫만입니다. 어디 계세요?" "집에 가는 중입니다. 신문에 책이 나왔기에 전화 한 번 해봤습니다." "예, 잘 지내세요?" "뭐 좀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예......"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견뎌 내고 있습니다." "예....." "이 더러운 세상 견뎌내고 있습니다." "술 드십니까" "예....." "언제 술 한 잔 하시지요." "그러시죠. 연락 주세요."
김규항, <나는 왜 불온한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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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마냥 파란 하늘 보며 머엉~ 하니 살았습니다. 가을햇살이 따사운데, 햇볕 속에 죽음의 파장이 있다는 얘기도 들리더군요. 그래서 태양빛을 과도하게 쐬는 건 생명 있는 것들에겐 치명적라나 뭐라나.
이런 정신적 공황 같은 상태를 벗어나고자 발랄한 책 세권을 주문해서 받았습니다. 책들이 참 이쁩니다.
열하일기는 솔직히 영문판 증정 이벤트에 미혹되는 아줌마스러움이 발휘되었습니다. 읽게 될른지는 알 수 없으나...
젤 먼저 펼친 곳에 "견뎌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래 전 친구에게 "삶은 그냥 견대내는 것이며,견딜만 하거나 견디기 힘들거나 할 뿐" 이라는 말을 했다가 혼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얼마나 가슴이 철렁한 지 알아? 라며 정색을 하고 화를 내던 친구는.. 흐흐 지금은 그 일을 기억도 못하더군요.
아무튼...
오늘 낮에 전화가 울리고 안부를 묻는 반가운 목소리를 들었을 때,
"지독하게 우울해서 미칠 것 같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습니다.
내공이 좀 필요한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