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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al Error

kalos250 2006. 4. 22. 00:33
Fatal error: Corrupted encoded data detected in /home/..... on line 0

까다로운 출판사 사이트의 게시판을 달다가, 오늘 반나절 이상을 씨름해야했던 이 한줄의 에러 메세지.
Fatal Error라... 그 단어조차 무시무시하지만  
디자인 베이스의 홈피제작자인 나에겐 이런 종류의 메세지는 일종의 달갑지 않은 도전장이다.
그래도 신기한 건, 이런 문제들이 대체로 붙잡고 씨름하다 보면 해결된다는 것이고,
또 그 해결방식이 단지 수많은 남의 시행착오(의 참조)와, 나의 시행착오라는 것이다.

단지 "스킨"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치 않아보일 만큼 진화된 기능들을 가진 뛰어난 게시판 스킨은, 개발한 이조차 "저희는 서버 전문가가 아니며.. 불편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라는 코멘트를 여기저기 달아놓을 만큼 많은 사람 속을 썩이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이런 걸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는 사람은 정말 존경스럽다. 물론 여기 저기에 유료버전에 대한 미끼를 살짝 살짝 숨겨놓긴 했지만..)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질문과 대답들을 두루 살펴보니, 원인은 대체로 서버 세팅 환경과 에프티피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으나 명백한 건 없다하고, 문제는 같은 환경과 방법으로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되지 않으며, 안되다가 되기도 하고..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려는 필요와, 때때로 나 스스로도 의아해지는 맹목성의 덫에 걸려 갖가지 에프티피 프로그램을 깔고 갖가지 전송방식과 다른 변수들의 모든 경우의 수를 여러번 시도한 끝에 밤이 되어서야 겨우 Fatal error와 안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쪽 분야의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지만(실제로 말도 안된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지만), 프로그래밍에 문외한인 내가, 겨우 홈피 제작에 필요한 단순한 html 코딩이나 플래시 액션 스크립트, 고작 아주 조금 확장된 게시판 기능 때문에 골치를 썪다가 해결되는 방식은 대체로 이렇다. 시간을 들이고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기.
그래서 (역시 뭣 모르는 용감한 단정이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논리의 영역인 이런 일에서조차 이렇다면
뭐 우리가 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상의 삶에서 명확한 답이 있을 거라 믿는 일은 좀 어리석지 아니한가, 하는.

고전적이고 오프라인적인 디테일한 요소들에 집착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 아주 오랫만에 실로 노가다적인 작업을 했더니 어깨며 손목이 시큰시큰. (절대적인 길이와 면적을 갖는 이차원적 공간을 메꿔 나가는 오프라인의 편집 디자인과, 클릭과 스크롤로 움직여지고 사용자의 모니터에 따라 색상과 넓이가 변하는 웹 디자인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 익숙한 틀을 깨고 다른 요소를 받아들이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을 캐취하는 사람의 시각은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기회! )

그래도... 봄바람에 일에 빠져들기가 쉽지는 않아도.. 일단 시작하면 몰두할 수 있고 그 일로 당장은 밥먹고 살 수 있으니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을 오랫만에 해보는 야심한 밤.
요즈음 잠이 훌쩍 줄어버린 것이, 전망이 좋은 곳으로 이사와서 그런가..  라는 생각이 문득.

내 삶의 Fatal Error도, 이 정도의 시행착오로 이제 그만 해결되었으면 하는 강렬한 소망. 에러 없이 "물 흐르듯" 흐를 수 있었으면 하는..

♪ (이미 올렸던 음악을 재활용하는 이유 혹은 요즘 음악 업로드가 뜸한 이유 - 그동안 하나 하나 계정에 올린 파일들로 다시 집이 좁아졌기 때문. 용량을 늘려야할까 좀 편한 곳에 이사를 갈까 아니면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를까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