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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대비 대청소를 하다 발견한 다사인 신문

kalos250 2006. 3. 4. 13:52
1997년 12월에 시작했으니 9년이 훨 넘었다.
피시통신이란 걸 시작하면서 가입한 하이텔 소모임인" 다사인"- "다큐멘타리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첫 온라인 신문을 낸 것이.
평수가 작은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면서 큰 맘 먹고 잡다한 짐들을 줄이는 중이었는데, 다사인신문이란 제목을 단 이 누런 종이뭄치를 두 번이나 폐지박스에 넣었다 다시 꺼내왔다. 당시로서는 야심찬 온라인신문이었는데도 아무리 찾아도 파일이 두 개 밖에 없다. 그나마 2호, 3호는 프린트 된 것도 없어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다.

폐기처분되려다 다시 꺼내온 신문들을 읽어보며 혼자 키득키득 웃어대다, 오호~ 어쭈~ 감탄도 한다. 나름대로 진지하고 나름대로 즐거웠던 시절이다.

제법 짧지 않은 분량의 신문에는 창간사 라든가, 다큐멘타리 사진의 의미, 베스트셀러 저자였던 모임멤버 현우의 메카니즘론 같은 제법 진지한 글들이 있고 전시회 감상, 책소개, 음악이야기, 시 이야기등이 빼곡하다. 이를 위해서 사진전시회도 다니고 읽었던 책도 다시 보았으며, 사진평론가에게 용감하게 전화를 걸어 평론게재도 요청했었고 문화연구한다는 친구에게 술도 사가며 청탁을 하는 열의가 내게 있었다. -.-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이 내게 의미가 있는 무엇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뭐 근거는 없는 ^^

다사인 신문 마지막호는 이렇게 시작한다.


"  추운 겨울도 막바지에 접어든 듯 하고, 다소 추웠던 다사인의 내면적 풍경도 봄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갑자기 어둑해진 하늘에 펑펑 함박눈을 쏟아내던 창 밖 풍경이 금새 표정을 바꾸어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 걸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 건, TV 드라마에서 ‘몇 년 뒤’라는 자막이 뜨고 모든 모순과 갈등이 깨끗이 해결되어 있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방치하기만 하면 해피엔딩이 되는 현실을 알지 못합니다. 좀 서글픈 얘기 같지만, 현실이 그러하다면 부단히 깨어 있어야할 다큐멘터리 정신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고 다사인이라는 모임도 존재하지 않겠지요?  ^^;   "


옮기는 김에 편집후기도 날라본다. 뭐 치기어린 한 때의 흔적이지만 내게는 소중했던 추억이고, 여기는 활짝 열려있기는 하나 여전히 내집이므로.  흐흐    

가혹한 식민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그리스의 민속음악을 듣는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이 음악은 애절한 그리움이 담긴 서정시 같다.
모든 시각예술은 그리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전쟁터로 떠나는 애인의 그림자를 본따서 그린 것이 시초가 되었다는 회화의 역사. 죽은 이를 그리며 시작되었다는 조각. 그림이라는 우리말도 그리움을 그 어원으로 갖는다고 하니... 영화 동사서독에 나오는,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는 취생몽사라는 술이 정말로 있었다면 시각예술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새벽산행의 꿈결같은 이미지를 영원히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면서 카메라를 손에 얻은 지도 몇 해가 지났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많은 소중한 것들을 떠나보냈고, 지금도 여전히 잃어지는 것들을 아파하며 세월을 살고, 사진을 찍는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