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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김종철

kalos250 2006. 2. 25. 04:21

새      

김종철

아무도 산 채로
세상을 빠져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새들은 하늘로 높이 날면서
세상을 듭니다
새들에게는 지옥이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십자가는 왜 당신이어야 합니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십자가가 하나씩 있다. 새들에게 지옥이 없는 까닭은 자기만의 십자가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 지고 가는 십자가가 무거우면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지금 당신이 지고 가는 십자가가 가장 가벼운 십자가다.- 황지우


때로 시인이나 소설가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글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위안을 얻거나 치유도 받곤 하면서 (때론 복수도 ^^), 그것을 또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이들이 그들이니까요.
대체로 삶의 고통을 가장 가치있게 보상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예술가들이 아닐까, 란 얘기를 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 후배녀석은 오로지 예술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일, 이라고 단호한 응수를 했었더랬지요, 오래전에.

시인의 특권을 맘껏 발휘한 것으로 보이는 위 시(그 단호하게 서술된 명제들까지 포함해서)에 대해 역시 그 자신도 시인인 정호승씨가 적어놓은 메모가,
나도 모르게 피식 고소한 웃음을 짓게 했다가 또 괜히 찔려 가슴 뜨끔해지게 했다 합니다.
마치 "당신이 지고 가는 십자가가 가장 가벼운 십자가이니, 엄살 떨지 마슈" 라고 말하는 거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