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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면

kalos250 2006. 1. 21. 21:25

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 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 살다가 보면/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어떻게 일어나야하나 고심하던 내 눈에 이 말들이 와 박힌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것이니.. 그냥 허어, 살다보니 이런 일도.. 하며 일어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 집앞에 있는 미용실에 머리 자르러 가는게 귀찮아 세 번이나 내 손으로 자르며 버텼던 탓에 무척이나 오랫만에 나타난 내게, 미용사 아저씨는 과장된 반가움을 표시한다. 이 아저씬 머리도 시원스럽게 잘라주고 다 좋은데, 말을 너무 많이 시킨다. 그것이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는 전략이라고 믿는 듯하다.  

차례를 기다리며 허영만 만화 "식객" 을 읽었다.
재밌는 책이다. 참 정성스럽게도 만들었다. 전하려는 메세지가 명확하고 그를 위한 설정과 표현이 알차고  섬세하다.
이를 테면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여자한테 배신을 당하고 한강다리에서 투신하려는 사람이 티비에 나타난다. 생방송을 보고 있던 주인공 성찬이 전어와 소주, 숯불을 들고 다리를 올라간다. 다리위에서 전어를 굽자 전어로 유명한 (지명이 기억 안난다. -.-) 곳이 고향인 이 남자, 그 냄새에 끌려서 전어와 술을 즐기다 "다신 이 맛을 못 보게 된다"는 말에 다리를 내려오게 된다는 것이다.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때문에 전어(錢魚) 라고도 한다는데..
죽으려는 사람을 다시 살게 할 정도로 맛있다는 숯불에 구운 전어가 어떤 맛일지 한 번 맛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