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nge

내 삶의 이력은 너무도 보잘 것 없어

kalos250 2002. 10. 21. 12:40
내 삶의 이력은 너무도 보잘 것 없어
그대에게 건네 줄 가난한 낙서 한 조각 가지지 못했다
내 마음 얇고 딱딱한 종이와 같아
그대의 근심 한 점 고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날개를 펴고
추운 겨울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간다

그리고 나는 끝없이 되묻는다
이렇게 하찮은 존재로 태어났어도 그대를 사랑할 수 있나
파란 성애처럼 맑고 단단한
하늘인 그대를

                                            황경신

* 벌써 여러 해 전, 감성을 기분좋게 자극하는 파란 하늘의 사진이미지와 극대의 시너지효과를 이루며 망막에 와 닿던 글.
이 글을 작은 월간지에서 보았을 때, 그 마음이 참 예뻐 보였고
"애인:애처로운 인간" 이라는 뜻풀이가 생각났고
그래,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면 이럴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런데... '그대'가 파란 성애처럼 맑고 단단한 하늘로 남아 있기는 어려운가보다. 처음 한 때는 보잘 것 없었을 내 이력으로도  '그대'를 상하게 하는 일도 일어나고..
그래도 세상 어느 곳인가 어느 애처로운 인간들은 "이렇게 하찮은 존재로 태어났어도 그대를 사랑할 수 있나"라는 애처로운 물음을 되뇌이고 있어 우리는 또  한 때의, 곧 깨어질  꿈을 꾸게 되곤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