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nge

나의 사랑 펜탁스 카메라

kalos250 2002. 10. 17. 17:44
오늘 충무로에 가서 카메라를 찾아가지고 왔다.
그다지도 애지중지하던 나의 카메라는,
그 어떤 고가의 카메라 장비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던,
기동성 좋고 가격대 성능비가 최고인 나의 펜탁스가
수리점을 거쳐 다시 내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2년 가까이 나의 손때를 타지 못한 나의 펜탁스는 이제 찰칵 소리도 삐리리해져 "찰칵틱"하는 이상한 쇳소리를 내고, 오토포커스도 잘 안되어서 우왕좌왕 드르륵거린다.
그리고... 줌렌즈는 습기가 찬 것을 방치한 탓에 변색이 되어버렸다 한다.
그래서.. 정말 오랫만에 나갔단 잡지사  촬영에선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흑.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하고 수리에 들어갔으니,
내 감이 엄청나게 녹이 슨 것이 사실은 사실이다.
렌즈 하나는 결국 내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대신 마침 수리점에 있던 중고렌즈가 내 카메라에 장착되었고,
변색이 되어버려 뿌연 렌즈는 AS 기사 아저씨 갖고 노시라고
그곳에 떼어놓고 왔다.
수많은 풍경들, 사물들과 내눈이 맞아버리는데 매개 역할을 했던,
내 어깨에 매달려 많은 길을 함께 했던,
나의 육감(5감+1감)의 하나였던 나의 렌즈가 그렇게 퇴화해버리다니...
무겁기는 또 왜 그렇게 무거워졌는지, 하루 종일 매고 다니고 나면 무릎이 시리고 어깨가 심하게 아프고...
가히 충격적이다.
더 충격적인 거는, 그렇게 일편단심이었던 내 눈에 다른 카메라가 보인다는 거다.  워낙 고가여서 애써 기동성을 트집 잡으며 외면했던 중형 카메라들, 뷰파인더도 환하고 포커싱이 쨍하니 단단해보이는 (렌즈가 비싸 외면해야했던) 니콘 90X, 특히 마침 수리점에 와 있던, 언젠가 잠시 마음을 빼앗겼다가 한 번 손으로 쓰다듬어보고 마음을 비웠던 펜탁스645N.

다시 마음을 비우기로 한다.
그런데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나두 쨍한 중형카메라 장만하고, 그걸 운반하고 다닐 차 장만하고,
그래서 무거운 장비메고 촬영나가 종일 다리품 파는 거 말구
차몰고 다니다가 근사한 곳에서 잠깐 내려
존 풍경 실컷 보고 중형으로 근사한 사진 몇 장 찰칵 찍는 그런 거 해봤으면 좋겠다는...
참...  그냥 좀 우울한 내심정이 그렇다는 거다.
그나저나 이 쇠락한 나의 감각은 어떻게 복구하나, 렌즈를 갈아끼울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