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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행복한 사람..

kalos250 2006. 4. 24. 12:24
호수공원을 산책하며 행복이란 단어를 계속 떠올린다.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여기를 떠나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지난 겨울에 모 반도체 사장 딸의 플래시 개인강습을 해주느라 방문했던 오래 되고 갑갑한 (아마 집값은 엄청날) 개포동 아파트를 떠올린다.
(그 덕에 노트북을 바꿨었다. 흐흐)

떨어지지 않는 감기에 밀린 일들에 치이면서 밥을 배달해 먹기 시작했다. 배달이 쉬운 이 곳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거의 없던 일이다.
감기 때문에 밥맛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워낙 소화력이 약한 탓에 2인분을 주문해서 냉장고에 넣고 먹었더니 이틀을 먹는다.(음. 사실 군것질을 많이 하긴 한다. 그래서 아픈가..) 계속 배달을 해먹을까 하다, 얼마전 R군이, 많이 안먹어도 되니 먹는데 돈이 안들어서 좋겠다,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난 정말 경제적인 신체구조를 가졌어.. ㅎㅎ 흡족해한다.

샤워를 할 때마다 하는 생각은 이런 거다.
덩치가 큰 사람은 목욕하기가 얼마나 귀찮을까.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이렇게 생긴 건 정말 다행한 일이야, 라고.

아무래도.. 조카 지윤이를 닮아가는 듯 하다. -,.-

내 가까운 친구들만 해도, 일반학교를 보내는 일이 너무도 끔찍하다며 대안학교를 알아보거나 사립학교를 보내거나 조기유학까지 보내는 마당에, 일산의 일반학교를 다니면서(그것도 이사를 다니느라 전학도 두어번 했다), 난 왜 이렇게 운이 좋지?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만 걸려... 자랑하고 다니는 성격좋고 씩씩한 아이...

어린이날이 얼마 안남았고 선물 품목도 정해졌다.
인터넷으로 영어공부를 하는 것에 재미를 붙인 지윤이의 전자 사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큰 맘 먹고 장만했던 내 멀쩡한 전자사전은 당장 어린이날 선물로 넘어가게 되었다.
지난 인터파크 광고처럼, 사랑엔 돈이 든다. -,.-

어쩌면 내 작은 디카도 넘어갈 지 모른다.
꽃, 풀, 나무에 관심이 많았던 두 아이를 위해, 언니는 가까운 곳에 있는 주말농장에 주말마다 다니는 중이다. (언니는 학원은 안보내도 박물관이나 좋은 미술 전시, 동화 전시회, 꽃구경 같은 건 정말 목숨걸고 데리고 다닌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디카가 접사가 안되어서 고충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잖아도 몇 번 흑심을 비쳤으나, 선물로 받은 거라고 단호한 대응을 했던 것인데, 사진에 찍힌 새싹을 보며 "이쁘지? 이게 이름이 뭔대...."  조잘거리던 아이들 얼굴이 생각나니 또 마음이 약해진다.  
조카들에게 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이모의 숙명이란!

그나마 가난한 재산목록이 이렇게 줄어가기는 해도,..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고. 이 지독한 감기만 나으면 더 행복해질 것이다.  -.-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  Maximillian Hecker,  Everyting inside me is 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