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nge

고맙다, 해마야.

kalos250 2006. 2. 23. 01:06
부모님을 여의고 나서 이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게 처음입니다.
강아지 해마가 '갔기' 때문입니다.

20일 가까이 하던 생리현상이 멈췄나 싶어
목욕시키기 전에 산책이나 다녀오자고 한 것이 잘못이었지요.
녀석은 통조림에 비벼준 제 밥을 맛나게 해치우고는
줄이 팽팽해지도록 제가 먼저 앞으로 나서며 나를 끌었습니다.
오랫동안 집에 갇혀 있었으니 코에 바람을 넣는 게 신났겠지요.
녀석은 마지막 추억으로 떡볶이 집 앞에 똥도 떡 하니 여섯 방울이나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갔습니다. 멍청한 주인이 아주 짧은 시간 한눈 파는 사이에.

식구로 지내던 강아지가 숨을 멈췄는데
처음에는 그게 현실감이 없습니다.
녀석을 안고 한동안 멍하게 서서 차가 달리는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요.
눈물이 앞을 가려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집으로 녀석을 안고 오는데 꼭 몸을 털고서 꼬리를 흔들 것 같습니다.

정든 것을 보내는 마음이 이토록 아파옵니다.
그냥 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워
작은 제단을 만들어 향을 피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밥이며 통조림을 올려두고
막 피어난 난초 꽃대를 꺾어 대접 물에 띄워주었습니다.

뭐, 강아지가 죽었는데 사람 대접하듯 한다고
나무라지 말기 바랍니다.
그냥 마음이 그렇게 하랍니다. 사람 대신이던 녀석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를 기쁘게 해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랄까.
또 하나 가까운 생명을 멀리 보내고
나는 며칠 동안 몸살을 앓을 겁니다.
정든 것을 보내는 일은
정말이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고맙다, 해마야.
     네가 있어 잠시 즐겁고 기뻤다.
     네가 있어 잠시 웃을 수 있었다.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이번처럼 아주 좋은 인연이 되어
     서로에게 의미가 되자.
     잘 가라, 해마야.